대장동 공판서 '정영학 녹취 재생' 문제 신경전

김만배·남욱 측 "정영학 녹음 법정서 다 들어야"
140시간 분량… 검찰·법원은 '난색'
하나은행 이모 부장 출석, 금품 수수 조사 자체 부인

정영학 회계사.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로비 의혹의 '스모킹 건'(결정적인 증거)으로 지목된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을 법정에서 전부 재생할 지를 두고 검찰과 기소된 사업자들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18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의 15회 공판을 열어 녹취 파일을 비롯한 증거 조사 계획을 논의했다.

재판부는 먼저 "검찰이 최근 의견서에서 총 133개의 녹취파일 전부가 공소사실에 필요하지 않고 일부만 증거조사하고 나머지는 철회할 수 있다고 밝혔다"며 "검찰은 피고인들이 어떤 녹취록의 어떤 부분을 다투는지특정해 줘야 어떤 증거를 조사할지 의견을 밝힐 수 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만배 씨 측 변호인은 "이 사건 녹음파일은 그 자체로 이미 정영학 피고인에 의해 선별됐고 검찰에서도 선별한 상태라 녹음된 부분 전후에 어떤 맥락이 있는지 알 수 없다"며 "녹음파일 전체를 다 듣는 방법이전체 맥락을 이해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이한형 기자
김씨의 변호인은 또 "공소사실을 입증할 책임이 검찰에 있는 만큼 사적인 내용이 있다면 검찰이 (증거 신청을) 철회해야 한다"며 "변호인이 내용을 확인하고 (다투는 부분을) 특정해달라고 하는 것은 선을 넘은 것"이라고 했다.

남 변호사의 변호인도 "구속된 피고인으로서는 녹음파일을 확인할 방법 자체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어떤 맥락에서 이뤄진 대화인지 확인도 못한 상태에서 필요한지 불필요한지 선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남욱 변호사. 이한형 기자
정 회계사가 2019~2020년 김씨와 나눈 대화를 녹음한 파일은 대장동 개발사업 수사의 핵심 증거 역할을 한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 140시간 분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녹취록을 제출하고 시간이 꽤 흘렀고 피고인들이 겪었던 사실에 관한 것"이라며 "(변호인들이) 이미내용을 검토했을 텐데 막연하게 주장하면서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입증할 책임은 검찰에 있으니다 들어봐야 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녹음 파일이 총 140시간 정도 된다고 한다"며 "그걸 다 듣는다면 한두 기일 만에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난색을 드러냈다.

유 전 본부장 등은 화천대유와 그 관계사 천화동인 1~7호에 최소 651억원 상당의 택지개발 이익과 최소1176억원 상당의 시행이익을 몰아주고 공사에 수천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재판에는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주간사로 참여한 하나은행 이모 부장이 증인으로 나와 대장동 개발사업 당시 화천대유와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과정 등에 대해 증언했다.

연합뉴스
검찰은 이씨에게 "하나은행이 이 사건에서 대출을 많이 해줬는데, 대출의 대가로 김만배 피고인이 30억원에서 50억원을 주겠다고 했던 부분에 관해 조사받은 일이 있냐"고 물었고, 이씨는 "그걸로 조사받지 않았다"고답했다.

검찰이 재차 "대출 관련해서 김만배 피고인이 증인에게 50억원을 주겠다고 한 일로 조사받은 일이 한 번도없나"라고 묻자, 이씨는 "금품 받은 일이 있냐고 (검찰이) 물어봤고, 받기로 약속한 일이 있냐고 묻기에 아니라고 대답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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