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 없었죠…정부만 믿고 하와이행 티켓을 취소하다니"

이한형 기자
퇴근 후 TV 채널을 돌리던 정모(35)씨가 갑자기 눈살을 찌푸렸다. 화면에는 흰 티에 청바지를 입은 가벼운 옷차림의 쇼호스트들이 하와이 여행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하와이…"

그의 입에서 쓴 탄식이 흘러나왔다.

지난해 5월 신혼여행으로 하와이행 비행기표와 호텔을 예약했던 그는 불과 한 달 전 하와이행 비행기표를 취소했다. 120 다산콜센터까지 전화를 걸어 입국자 자가격리 면제 가능성을 문의했다. 입국 후 자가격리 의무 유지에 변함이 없을 거라는 정부 입장을 믿었던 것.

하지만 그의 '믿음'은 발등을 찍었다. 정부가 지난 11일 돌연 해외입국자에 대해 격리를 면제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다시 비행기표를 예약하려 했지만 해외입국 자가격리 면제 소식에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30% 가까이 오른 상태였다. 그는 "여행 수요가 바닥일 때 비행기 티켓을 예매해서 싸게 예약했는데 지금은 가격이 훨씬 비싸져서 다시 예약할 엄두는 못 낸다"며 "하와이 대신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21일부터 입국 후 자가격리 의무가 해제되면서 정씨처럼 여행 상품을 취소한 일부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해외입국자의 자가격리 기조를 '유지'하던 방역당국이 한순간에 말을 바꾸면서 예상치 못한 피해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21일 한국소비자원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지난달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소비자 상담 내용을 분석한 결과 호텔과 펜션 부분 상담률이 13.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의 경우 국외 여행 관련 상담은 전달 대비 83.8% 증가하기도 했다.

소비자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불가피하게 항공권을 취소했는데 환불이 안 됐다는 불만이 많이 접수됐다"고 전했다.

항공권 예약 800% 넘게 증가…진짜 '봄' 맞은 여행업계

연합뉴스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면제 소식에 해외여행을 문의하는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여행업계에는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TV홈쇼핑과 여행사들은 해외여행 패키지 상품을 준비하며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CJ온스타일은 TV홈쇼핑과 T커머스 채널에서 해외여행 상품 판매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실제 CJ온스타일이 지난 17일 판매한 여행사 교원KRT의 하와이 패키지여행 방송의 경우 1시간 동안 1200여  건의 주문이 몰려 주문금액이 90억 원을 넘어섰다.

노랑풍선 역시 해외 입국자 자가격리 면제 소식 이후 자사 홈페이지 트래픽과 예약이 급증했다.

정부발표 전인 지난 7일부터 10일과 발표 이후인 11일~14일을 비교했을 때 홈페이지 유입량은 120% 상승했고, 같은 기간 예약 건수도 85% 늘었다.

노랑풍선 관계자는 "신규회원 가입자 수 역시 50% 이상 늘었다"며 "고객의 상품문의량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역별 상품 예약 비중은 필리핀 세부(24%) 터키(21%), 스페인(20%)순으로 높은 예약률을 기록했으며 하와이(10%), 싱가포르(8%), 사이판(5%), 이탈리아(3%), 포르투갈(3%), 스위스(3%)가 뒤를 이었다. 또한, 아직 해외여행에 대한 부담으로 국내를 찾는 여행객이 증가함에 따라 제주(3%) 지역도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인터파크투어의 해외항공권 예약도 전년 대비 873% 증가하며 큰 폭으로 올랐다.

인터파크투어가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해외항공 전체 예약 추이를 분석한 결과, 전년 동기간 대비 873%, 전월 동기간 대비 28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예약이 이루어진 해외항공 노선별 점유율은 미주(39.1%), 유럽(31.5%), 동남아(18.9%), 대양주(6.9%), 일본(3.3%), 중국(0.3%) 순으로 집계됐다. 점유율이 높은 상위 4개 노선의 상승세가 두드려졌다. 미주, 유럽, 동남아, 대양주 각 노선별 예약 증가율은 전월 대비 각각 351%, 294%, 187%, 359% 늘었다.

인터파크투어 관계자는 "휴가 시즌에 접어들면 본격으로 장거리 여행을 떠나며 장거리 노선의 인기도 더욱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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