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전날 중고차 판매업에 대한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열고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중고차 판매 사업을 공식화한 현대차와 기아를 비롯한 완성차 제조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입이 가능해졌다.
중고차 시장 진출 의사를 꾸준히 밝혀 온 현대차로서는 오랜 숙원을 풀게 됐다. 현대차는 지난 7일 "시장 투명성을 높여 소비자가 중고차 시장의 주체가 되는데 기여하겠다"면서 중고차 사업 방향을 밝혔다.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가 열릴 것이 예정된 상태에서 전격적으로 나온 공개 선언이다. 완성차 업계 안팎에서는 시장 진출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반응이 나왔다.
핵심은 '신뢰 제고'…품질·정보·상생 '삼박자' 주목
현대차가 내놓은 핵심은 '신뢰 제고'다. 이를 위해 품질·정보·상생이라는 삼박자 키워드를 제시했다. 고품질의 인증중고차를 선보이고 통합정보 포털을 구축해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면서 불편한 관계에 있는 중고차 매매업계와 협력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품질 확보를 위해 제시한 것은 성능검사와 수리를 거친 인증중고차(CPO·Certified Pre-Owned)만 시장에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5년, 10만㎞ 이내의 자사 브랜드 차량을 대상으로 국내 최대 수준인 200여개 항목의 품질검사를 실시한다.
중고차 품질 검사와 인증을 위해 총 3단계에 걸친 중고차 품질검사와 인증체계(매집점검-정밀진단-인증검사)를 마련하고, '인증중고차 전용 하이테크센터'도 구축한다.
중고차 시장에서 문제로 제기되는 허위 매물, 가격 산정, 주행거리 및 사고 이력 조작, 비정품 사용 등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중고차 시장의 현재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중고차 가치지수와 실거래 대수 통계, 모델별 시세 추이, 모델별 판매 순위 등의 정보도 제공할 방침이다.
신뢰 제고 마침표 '상생', 현대차가 풀어야 할 과제
현대차는 중고차 시장 신뢰 제고를 위해 기존 중고차 매매업계와의 상생 협력과 중고차 시장의 발전을 위해 5년, 10만km 이내의 자사 브랜드 중고차만 판매하고, 인증중고차 대상 이외의 매입 물량은 경매 등을 통해 기존 매매업계에 공급할 예정이다.
아울러 연도별 시장점유율 제한과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 공개, 중고차 산업 종사자 교육 지원 등도 상생안으로 제시했다. 시장점유율은 올해 2.5%를 시작으로 내년 3.6%, 2024년 5.1%까지 단계적으로 올리며 자체적으로 제한하겠다는 취지다. 국내 완성차 5개사 기준으로 하면 2024년 시장 점유율은 10% 비중을 차지한다.
현대차가 상생과 협력을 위해 힘쓰겠다고 하지만, 기존 업계와의 입장차는 상당하다. 중고차 매매업계는 현대차가 고객이 타던 차량을 매입하고 신차 구매 시 할인을 제공하는 보상판매 '트레이드 인(Trade-in)' 프로그램을 이용한 우월적 지위에 의한 중고차 매입 시장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 매입 시장이 독과점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취지다. 또한 인증중고차 대상 외 매입 물량은 경매를 통해 공급한다는 방안에 대해서도 매매용 자동차의 매입 비용이 증가해 결국 전체 비용이 증가하는 결론에 이를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중고차 매매업계의 우려와 지적은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도 일정 부분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심의위는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심의·의결하면서 현대차 및 기아의 중고차 시장 진출 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의 피해가 충분히 예상된다면서 향후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에서 적정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부대의견을 냈다.
결국 현대차 등은 중고차 매매업계가 신청한 사업 조정 과정에서 기존 업계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할 과제를 안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