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이 서울대 측으로부터 제출받은 '관악학생생활관(919동) 공기질 측정' 자료에 따르면, 해당 장소에서 세차례 진행된 검사 결과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 등 신체에 해로운 화학물질들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화재 이후 전형적으로 나오는 화학물질들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앞서 지난 1월 16일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 비품창고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 농생명과학공동기기원이 지난달부터 이번달까지 총 세차례 관악학생생활관 919동 체력단련실의 공기질을 측정했는데, 총휘발성유기화합물은 1차 공기질 측정 때는 178㎍/㎡, 2차 1189㎍/㎡, 3차 434㎍/㎡이 나왔다. 전반적으로 화학물질이 가장 높은 수치로 측정된 2차때 상담실에서는 1243㎍/㎡ 가량이 검출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1차 측정 결과는 기준치 이하지만, 2차는 2배 이상 초과했고 3차도 기준치에 근접한 것이다. 화재 발생과 상관없는 다른 건물의 체력단련실과 복도에서는 90㎍/㎡ 수준만 검출됐다.
측정 결과를 보면 총휘발성유기화합물 외에도 톨루엔, 스티렌, 자일렌, 에틸벤젠 등 휘발성유기화합물(VOCs)도 검출됐다. 환경부 설명에 따르면 해당 물질들은 현기증, 두통, 졸음, 통증, 시야 흐려짐 등 후유증을 동반한다.
CBS노컷뉴스 취재에 따르면, 학교 측이 공기질 측정 과정에서 화학물질의 수치를 의도적으로 낮추려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공기질 측정 직전 해당 장소에서 환기를 시키거나 집중 소독하는 등의 움직임을 봤다는 것이다. 실내공기질공정시험기준에 따르면, 실내공기 오염물질을 평가할 때는 해당 장소를 30분 이상 환기시킨 뒤 5시간을 밀폐하고 시료를 채취해야 한다.
관악학생생활관에서 근무하는 근로장학생 A씨는 "공기질 측정하기 전 1시간 가량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환기를 시킨 뒤 공기질 측정을 실시했다"고 전했다.
또다른 근로장학생 B씨는 "공기질 측정 하루 전날 소독약을 뿌렸다"며 "근무하러 오니 소독약 냄새와 분진 냄새가 섞여 악취가 진동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기질 측정 결과에 영향을 끼치려는 다급하게 환기를 시키고 소독을 진행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화재 후 독성이 있는 화학물질들이 검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강대 이덕환 화학과 명예교수는 "화재가 나면 그을음 같은 것이 구석구석에 쌓이는데 여기서 (유해 화학)물질들이 방출된다"며 "화재가 난 공간을 다시 이용하려면 청소를 제대로 하는 등 굉장히 힘들다"고 말했다.
학교 측의 공기질 측정 과정이 실내공기질공정시험기준 규정에 어긋났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교수는 "실내공기질 측정 직전에 환기를 시키거나 소독을 시켜서는 안된다"며 "환경부 실내공기질 관리지침에 맞게 유해물질을 측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기질 측정 과정에 대해서는 "신축 아파트 등에서 밀폐를 하는 것이지 다중이용시설은 평소에 사용하는 방식 그대로 문을 열고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조명희 의원은 "총휘발성유기화합물, 휘발성유기화합물와 같은 물질에 오래 노출될 경우, 호흡기 질환을 비롯한 학생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실내 공기질 확보가 더욱 중요해진 만큼 서울대는 정확한 공기질 수치 측정에 만전을 기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