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주식 양도세' 폐지한다는데…현실화까진 '험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황진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자본시장 선진화 공약 가운데 하나로 '주식 양도소득세 전면 폐지'를 통한 투자 활성화를 앞세웠지만 현실화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법 개정이 뒷받침 돼야 하는데, '부자 감세'라는 비판이 적지 않은 상황 속 다수 의석을 점한 야당의 협조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주식 양도소득세는 주식을 팔아서 거둔 수익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현재는 상장 주식에 대해선 한 주식 종목을 10억 원 어치 이상 보유하거나 코스피 상장사 지분을 1% 이상(코스닥 상장사는 2% 이상) 갖고 있는 대주주에게만 과세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내년부터 과세 대상을 확대해 지분 보유량과 관계없이 연간 5천만 원 이상의 주식 거래 차익에 대해선 20%, 3억 원 초과 시엔 25%의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윤 당선인의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 공약의 골자는 비상장주식에 대한 양도세는 유지하되, 현행 상장사 대주주에 대한 양도세를 없애는 것은 물론 내년 고수익 일반인 투자자에게까지 적용될 세금까지 전면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 1월 "큰 손이나 작은 손·일반 투자자를 가릴 것 없이 주식 투자 자체에 자금이 몰리고 활성화 돼야 일반 투자자도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공약 취지를 설명했다.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에 양도세 상담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한형 기자
다만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 이후 부활 가능성도 열어 놨는데, "주식시장이 좀 더 성숙한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면 부활시킬 수 있다"는 게 윤 당선인 측 설명이다.
 
투자자들은 이번 공약을 반기는 기류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17일 "(윤 당선인의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 공약은) 자본시장을 위해 다행스러운 약속으로, 지극히 당연하고 옳은 결정"이라며 "과세 대상에 해당되는 이들이 세금 때문에 주식시장을 떠나게 되면 그 부담이 다른 투자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 꼭 약속대로 시행돼야 우리 주식시장의 붕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공약의 혜택이 소수 '큰 손 투자자'들에게만 국한될 뿐더러, 과세형평성 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견도 교차한다.

지난해 9월 국회예산정책처의 학술지에 실린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의 세수효과' 논문에는 내년에 고수익 일반 투자자들까지 예정대로 과세 대상에 포함시키더라도 세금을 내야 하는 사람들은 전체 주식 투자자의 2%인 약 9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됐다. 2014~2017년을 기준 삼은 연구라 수치 정확성에는 한계가 있지만, 주식 투자로 5천만 원 이상 수익을 내는 사람들이 그만큼 적다는 뜻이다.
 
우석진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도 "(주식 양도소득세가 공약대로 폐지되면) 세법상 대주주가 제일 먼저 혜택을 보는 것이다. 개미 투자자들을 위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로소득은 그대로 과세하면서 왜 투자소득에 대해서만 비(非)과세로 하는 것이냐에 대한 논리도 세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엇갈리는 시선 속 윤 당선인 측 금융 정책통으로 꼽히는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은 '소수 혜택론'에 대해 "정적으로 보면 모두가 혜택을 누리는 건 아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주식시장으로 들어올 수 있는 유인책이 될 수 있다고 본다"며 "'우리나라 상장주식 시장은 양도세 없는 시장'이라는 특징을 당분간 유지했을 때 얻는 것이 잃는 것보다 많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쪽에선 이 같은 논리에 다소 부정적이다. 정책 수혜자는 제한적이고, 그 효과는 불확실하다는 비판론에 무게가 실리는 기류다.

민주당 이재명 전 후보도 대선 기간 "부자감세를 위한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가 아니라 개미와 부자에게 똑같이 부과되는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윤 당선인의 공약 실현을 위해선 국회에서 세법 개정이 필요한데,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점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관련 논의가 속도감 있게 진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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