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의 신(神)보다 당구장 사장님이 더 강했다. 프로당구(PBA) 웰컴저축은행의 지난해 한을 풀어줬다.
웰컴저축은행은 16일 밤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방송센터에서 열린 '웰컴저축은행 PBA 팀 리그 2021-22' 파이널 6차전에서 블루원리조트를 세트 스코어 4 대 2로 꺾었다. 시리즈 전적 4승 3패로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지난 시즌 아쉬움을 털어냈다. 웰컴저축은행은 지난 시즌 정규 리그 우승을 차지하고도 챔피언결정전에서 3위 TS샴푸에 지면서 준우승에 머물렀다.
올 시즌에도 웰컴저축은행은 전기 리그 우승에 이어 후기 리그까지 시즌 통합 1위에 올랐다. 파이널에 직행하며 상위팀의 이점으로 1승을 안고 시리즈에 돌입했다.
그러나 역시 시즌 통합 3위인 블루원리조트의 상승세에 고전했다. 5차전까지 2승 3패로 밀리며 3승 3패 동률을 이뤘다. 자칫 지난 시즌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는 상황.
위기의 웰컴저축은행을 구한 건 서현민이었다. 서현민은 6차전 1세트 남자 복식에서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과 짝을 이뤄 15 대 7 승리를 이끌었다.
3세트 남자 단식에서도 서현민은 강민구를 15 대 7로 눌렀다. 2이닝 정교한 샷으로 연속 짧은 뒤돌리기를 성공시키며 6점을 뽑아낸 서현민은 6이닝에서 절묘한 원뱅크 샷 등 7점을 퍼부으며 이겼다.
이번 파이널 단식 5전 전승을 거뒀다. 복식에서도 5승 1패를 거둔 서현민은 파이널 양 팀 통틀어 10승 1패로 최고 승률을 보였다.
단식 1승 2패, 복식 7승 2패로 8승 4패의 주장 쿠드롱보다 높은 승률이다. 쿠드롱은 PBA 개인 투어에서 최초로 3회 연속이자 통산 5회 우승을 달성한 최고수. 팀 리그 파이널에서는 서현민이 그런 쿠드롱을 넘어선 것이다.
서현민의 선전에 웰컴저축은행도 힘을 냈다. 5세트 비롤 위마즈가 사파타를 누른 데 이어 6세트 막내 한지승이 상대 주장 엄상필을 11 대 7로 제압하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지난해 1월 서현민은 'PBA-LPBA TOUR 3차전 NH농협카드 챔피언십'에서 처음으로 개인 투어 정상에 올랐다. 특히 새 집을 장만하고 당구장을 개업하면서 수억 원의 대출을 받았지만 코로나19로 적자가 쌓여 고민이 많았다며 눈물을 흘렸던 소감이 팬들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그랬던 당구장 사장님이 개인 투어에 이어 마침내 팀 리그에서도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당연히 파이널 MVP는 서현민의 몫이었다.
경기 후 서현민은 "지난해 아쉽게 못한 우승을 하게 돼 너무 감격스럽다"면서 "파이널이 워낙 힘들었던 만큼 더 감동이 있었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이어 "2년째 결승에 올라와서 훈련을 많이 했는데 양보다 멘털적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경이적인 승률 비결을 전했다.
지난해 화제를 모았던 대출에 대해서 서현민은 "아직 남아 있다"면서 "(PBA 개인 투어 왕중왕전인)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 정리가 다 될 것 같다"고 웃었다. 월드 챔피언십 우승 상금은 2억 원이다. 당구장 사장님의 전성 시대가 바야흐로 막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