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으로서는 핵·미사일 능력을 새로 출범하는 남한 정부와 미국에 거듭 과시하면서 압박의 강도를 높일 좋은 기회로 여겼을 수도 있고, 한미의 전략자산 전개도 개의치 않을 정도로 자신감이 있었을 수도 있다.
美 정찰기 연일 출격 속에서도 김정은 미사일 발사 감행
그러나 결과는 일단 실패로 드러났다. 북한이 이날 오전 9시 40분 평양 순안 일대에서 발사한 미사일은 고도가 20km에도 이르지 못한 초기에 폭발한 것으로 전해졌다.군 당국은 발사체가 워낙 초기에 폭발해 자세한 제원은 추가 분석을 해야 알겠지만, 현재로서는 탄도 미사일 발사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발사 장소가 지난 달 27일과 이달 5일 신형 ICBM, 즉 화성 17형의 성능시험을 했던 평양 순안 비행장 일대인 만큼 이번에도 ICBM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탄도 미사일 발사 징후를 탐지하거나 궤적을 추적하는 미국 정찰기 RC-135S '코브라 볼', 전자 정보와 통신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미국 정찰기 RC-135V '리벳조인트', 미 공군이 운용하는 RC-12X '가드레일' 정찰기 등이 연일 주일미군기지와 주한미군기지에서 출격해 서해와 동해 상공을 정찰 비행하며 북한의 동향을 견제했다.
특히 어제(15일)는 필리핀 해상에 있는 미 항공모함 USS 에이브러햄 링컨함에서 F-35C 전투기를 서해로 출격시켜 공중 무력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미 전략자산 전개에도 北 정면돌파식 미사일 발사
북한은 그동안 정찰위성이라고 주장하며 두 차례의 시험 발사를 거친 뒤 이날 3차 발사에 나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김 위원장이 상당한 공을 들였다고 볼 수 있다.
핵·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를 통한 국방력 강화만이 아니라 새로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와 미국을 강하게 압박하는 효과도 기대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이번 발사 실패로 인해 김 위원장은 적지 않은 대외적 부담을 안게 된 것으로 보인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김 위원장으로서는 지금이 북한의 실력을 보일 절호의 기회였을 텐데 발사에 실패했다"며, "파장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그동안 선보인 각종의 신무기에 대해서는 기술적인 미흡함을 지적하는 일부 의견이 있기는 했어도 '실패'로 평가된 사례는 흔치 않았다"며, "미국에 대해 살라미 전술을 쓰며 압박을 해온 김 위원장으로서는 이번 실패가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발사 실패 소식 내부에도 전파 가능성…김정은 체면 손상
이에 북한은 이번 실패를 만회할 다른 형태의 무력시위를 적극 강구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일단 다음 달 15일 김일성 생일 110주년을 맞아 핵 무력의 고도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군사적 성취가 필요한 상황이다. 게다가 이번 발사 실패의 원인 등을 점검할 시간도 필요하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의 주요 무기시험이 또 다시 실패하면 체제 선전의 효과가 더 크게 반감되기 때문에, 성공이 보장된 안정성이 높은 무력시위를 적극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며, "일례로 신형 ICBM 대신 SLBM을 발사하는 등 다른 형식의 무력시위로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