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섬식품노조 타투유니온 김도윤 지회장은 16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위원장 명의로 국회의장에게 "문신 시술자의 직업 선택의 자유와 피시술인의 개성 발현의 자유 등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도록 문신 관련 입법안들에 대한 신속한 처리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표명한 데 대해 이같이 말했다.
김 지회장은 "지금껏 국민 4명 중 1명이 이용하고 있는 산업을 범죄화 시켜서 막아 놨다는 것 자체가 비논리적인 일이었다. 타투를 권장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다만 법 안에서 관리를 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너무도 상식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타투(Tattoo·문신) 인구가 약 300만 명(반영구 화장 포함하면 13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에서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은 '불법'이다. 30년 전인 1992년 대법원에서 타투 시술을 '의료행위'로 판단하면서 의사가 아닌 이가 시술할 경우 '비의료인의 의료행위'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가 나온 1992년 당시만 하더라도 타투는 주로 조직폭력배 등이 하는 것으로 여겨지면서 부정적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타투가 패션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고, 오늘날엔 다양한 문양과 기법 등이 등장하면서 '예술 문화' 중 하나로 불리는 실정이다.
김 지회장은 "10년 이상 손님으로 조폭은 물론 거친 사람 자체를 만나본 적이 없다. 지금 제 손님의 대다수는 전문직 종사자"라며 "최근 작업하고 있는 분도 의사 선생님이고, 검사님도 있다. 타투는 직종과 상관없는 개인의 성향이고 외모인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위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현행 제도에 따르면 합법적인 시술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의사면허를 가진 자에 의해 시술이 이뤄져야 하나, 현실에서는 일반 의사들이 문신 시술을 겸업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고 대부분 타투협회 소속 회원이나 미용인 등 비의료인에 의해 시술이 이뤄지고 있어 제도와 현실 간의 괴리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외 사례를 정리하면 문신 시술행위가 활발한 국가들은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시술자의 자격제도와 영업상의 규제로 관리할 뿐 '비의료인의 의료행위'로 접근하지 않는다"며 "이 사안은 시술인의 입장에서는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선택의 자유와, 피시술인의 입장에서는 행복추구권에서 파생하는 개성 발현의 자유를 각각 침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 권리도 국가 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제한될 수 있으나 제한하는 경우라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는 없다"며 "국가의 자유 제한은 필요 최소한도 내에서 과잉금지의 원칙 하에서 행해져야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타투 합법화 움직임은 꾸준히 있어왔다. 2007년 제17대 국회부터 현재까지 매번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대부분 의료계 반대가 심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의료계는 위생 문제와 타투 제거의 어려움 등을 반대 이유로 내걸고 있다. 청소년들이 일시적 충동으로 문신을 했다가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권위는 "대부분의 시술행위는 위험성의 정도에 있어서 당사자의 승낙이 있더라도 허용되기 어려운 정도의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시술에 따른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반드시 의사면허를 취득한 사람만이 이를 수행해야 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어 "국가가 무분별한 문신 시술행위를 제한함으로써 국민의 보건 위생과 건강권을 보호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것도 해외 사례처럼 시술에 대한 일정한 자격요건을 설정하고 영업장소의 위생 및 환경 조건과 엄격한 관리·감독, 피시술자의 연령제한 등을 통해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비의료인에게도 일정한 자격요건을 부여함으로써 관련 시술행위를 양성화하되, 그에 따른 관리·감독 체계를 새롭게 구축하는 입법방안을 마련함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문신 관련 입법안들에 대한 국회의 조속한 입법논의 및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