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 이어 2심에서도…서로 살해 책임 떠넘기기
16일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재판장 이경훈 부장판사)는 살인 등의 혐의로 1심에서 각각 징역 30년과 징역 27년을 받은 백씨와 김씨의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들은 지난해 7월 18일 오후 제주시 한 2층짜리 주택에 침입해 김모(16)군을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날 녹색 수의를 입고 마스크 등 보호 장구를 착용한 채 나란히 법정에 선 이들은 1심과 마찬가지로 서로에게 살해 책임을 떠넘겼다. 피해자를 살해한 것은 자신이 아니라는 취지다.
백씨 측 변호인은 "1심 재판부가 살인죄에 대한 사실을 잘못 판단했다. 범행 공모 당시 피해자에게 겁만 주려고 했다. 살해의 고의가 없었다. 피해자 사망 결과에 대해서도 예상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백광석 자신은 위협만 가하려고 했을 뿐 피해자를 살해할 의도가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김씨 측은 경찰 수사 초기 '자신의 단독범행'이라고 주장했던 백씨가 경찰 4회 조사 때부터 말을 바꿔 김시남도 공범이라고 주장한 것을 문제 삼았다. 김씨 측 변호인은 "백씨가 갑자기 말을 바꿨다. 백씨 진술의 신빙성을 다투고 싶다"며 당시 수사 경찰관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유족 "누이동생 힘겹게 살아…법정 최고형 선고해 달라"
재판 직후 피해자 유가족은 법정을 나서는 피고인 측 변호인들을 향해 "사람을 죽여 놓고 이제 와서 어떻게 저런 소리를 할 수 있나. 살인범을 변호해도 되는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숨진 김군의 외삼촌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성인 둘이 중학교 3학년생에 불과한 어린 조카를 죽였다. 그 죄를 평생 감옥에서 반성하면서 살아도 시원치 않을 판국이다. 그런데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뻔뻔한 소리를 하고 있다. 저런 사람들도 변호해 줄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범행 도구로 사용된 허리띠 양 끝엔 김시남의 지문이, 허리띠 중간엔 백광석의 지문이 나왔다. 모든 게 다 나왔으면 둘이 확실하게 밝혀야지 왜 숨기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가장 소중한 것 빼앗겠다"…중학생 살인사건 전말
이번 사건은 성인 둘이 중학생을 잔혹하게 살해한 사실이 알려지며 큰 공분을 샀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백광석은 김군 어머니와 사실혼 관계가 틀어지자 앙심을 품고 김군을 살해할 계획을 세웠다. 백씨는 평소 김군 어머니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아 가겠다"고 협박했다. 백씨는 혼자서 자신보다 덩치가 큰 김군을 제압할 수 없어서 김시남에게 돈을 주고 범행에 끌어들였다.
한편 백광석과 김시남에 대한 항소심 2차 공판은 오는 4월 13일 오전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