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중학생 살해범들, 2심서도 책임 떠넘기기…유족 분통

'제주 중학생 살인사건' 피고인 백광석(49·사진 왼쪽)과 김시남(47). 제주경찰청 제공
제주의 한 주택에서 중학생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중형을 받은 백광석(49)과 김시남(47).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이들은 서로에게 살해 책임을 떠넘겼다. 유족은 분통을 터뜨렸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서로 살해 책임 떠넘기기

 
16일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재판장 이경훈 부장판사)는 살인 등의 혐의로 1심에서 각각 징역 30년과 징역 27년을 받은 백씨와 김씨의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들은 지난해 7월 18일 오후 제주시 한 2층짜리 주택에 침입해 김모(16)군을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날 녹색 수의를 입고 마스크 등 보호 장구를 착용한 채 나란히 법정에 선 이들은 1심과 마찬가지로 서로에게 살해 책임을 떠넘겼다. 피해자를 살해한 것은 자신이 아니라는 취지다.
 
백씨 측 변호인은 "1심 재판부가 살인죄에 대한 사실을 잘못 판단했다. 범행 공모 당시 피해자에게 겁만 주려고 했다. 살해의 고의가 없었다. 피해자 사망 결과에 대해서도 예상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백광석 자신은 위협만 가하려고 했을 뿐 피해자를 살해할 의도가 없었다는 것이다.
 
'제주 중학생 살인사건' 피고인 백광석(49). 고상현 기자
반면 김시남 측 변호인은 "살인죄에 대한 미필적 고의는 인정한다. 죄의 책임을 부인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살인이라는 결과의 주도적 행위는 백광석이 한 것"이라고 강하게 맞섰다.
 
특히 김씨 측은 경찰 수사 초기 '자신의 단독범행'이라고 주장했던 백씨가 경찰 4회 조사 때부터 말을 바꿔 김시남도 공범이라고 주장한 것을 문제 삼았다. 김씨 측 변호인은 "백씨가 갑자기 말을 바꿨다. 백씨 진술의 신빙성을 다투고 싶다"며 당시 수사 경찰관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유족 "누이동생 힘겹게 살아…법정 최고형 선고해 달라"

 
재판 직후 피해자 유가족은 법정을 나서는 피고인 측 변호인들을 향해 "사람을 죽여 놓고 이제 와서 어떻게 저런 소리를 할 수 있나. 살인범을 변호해도 되는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숨진 김군의 외삼촌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성인 둘이 중학교 3학년생에 불과한 어린 조카를 죽였다. 그 죄를 평생 감옥에서 반성하면서 살아도 시원치 않을 판국이다. 그런데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뻔뻔한 소리를 하고 있다. 저런 사람들도 변호해 줄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범행 도구로 사용된 허리띠 양 끝엔 김시남의 지문이, 허리띠 중간엔 백광석의 지문이 나왔다. 모든 게 다 나왔으면 둘이 확실하게 밝혀야지 왜 숨기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제주 중학생 살인사건' 피고인 김시남(47). 고상현 기자
특히 외삼촌은 항소심 재판부에 법정 최고형을 요구했다. "사건 이후 누이동생(피해자 어머니)은 심리치료를 받으면서 힘겹게 살고 있다. 이 둘에게 최고형을 선고하지 않으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사형을 집행하든 무기징역형을 선고하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살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장 소중한 것 빼앗겠다"…중학생 살인사건 전말


이번 사건은 성인 둘이 중학생을 잔혹하게 살해한 사실이 알려지며 큰 공분을 샀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백광석은 김군 어머니와 사실혼 관계가 틀어지자 앙심을 품고 김군을 살해할 계획을 세웠다. 백씨는 평소 김군 어머니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아 가겠다"고 협박했다. 백씨는 혼자서 자신보다 덩치가 큰 김군을 제압할 수 없어서 김시남에게 돈을 주고 범행에 끌어들였다.
 
살인사건이 벌어진 주택 모습. 고상현 기자
이들의 범행은 치밀했다. 사건 발생 사흘 전부터 주택 인근을 배회하며 주택의 구조 등을 파악했다. 사건 당일인 지난해 7월 18일 아침에는 철물점에 들러 범행 도구로 사용할 테이프 2개를 구매했다. 주택 주변에 머물다 2층 다락방 창문이 열리자 주택에 침입해 김군을 목 졸라 살해했다.
 
한편 백광석과 김시남에 대한 항소심 2차 공판은 오는 4월 13일 오전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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