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디폴트 위기 고조…"당장 심각한 영향 없을 것"

16일까지 약 1457억 원 이자 지급해야
러시아는 루블화로 갚겠다지만…서방국가들 "디폴트로 간주"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부 장관.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서방의 고강도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가 국가 부도 위기에 직면했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2건의 달러화 표시 국채에 대해 1억 1700만 달러(약 1457억 원)의 이자를 16일까지 지급해야 한다.

이 날을 시작으로 오는 21일 6563만 달러(약 814억 원), 28일 1억 200만 달러(약 1265억 원), 31일 4억 4653만 달러(약 5537억 원) 등 외화 채권 이자와 원금 상환일이 줄지어 예정돼 있다.

러시아는 앞서 푸틴 대통령이 '서방의 제재에 가담한 비우호국가' 투자자에게 달러가 아닌 루블로 채무를 상환할 수 있도록 한 대통령령을 내렸다. 이에 러시아는 해당 이자를 달러가 아닌 루블로 상환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도 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루블화로 이자를 지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제 금융시장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앞서 합의된 달러가 아닌 다른 통화로 채무를 상환하는 것은 디폴트로 간주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JP모건도 "러시아가 디폴트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자 전액을 달러로 지불하는 것 뿐"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또 러시아가 이자 상환에 실패하거나 달러가 아닌 루블로 지급한다면 약 1500억 달러(약 186조 원)에 이르는 러시아 정부와 가스프롬, 루크오일, 스베르방크 등 기업들의 외화 부채에 대한 연쇄 디폴트가 시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탈리아(253억 달러), 프랑스(252억 달러) 등 러시아에 돈을 빌려준 서방 국가들도 자금 회수가 당분간 불가능해져 피해가 발생할 전망이다.


러시아 루블화. 연합뉴스
러시아의 디폴트 사태는 확실시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계적 금융위기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러시아가 갚을 돈이 없어 돈을 못 갚는 것이 아니라 보유한 달러화에 접근하지 못해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말 기준으로 러시아가 보유한 외화는 6302억 달러(약 783조 원)로 세계 4위 수준이다.

윌리엄 잭슨 캐피털이코노미스트 수석 분석가는 "러시아의 디폴트는 매우 상징적"이라며 "글로벌 경제에 당장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당장 단기적으로 신흥국을 중심으로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승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6일 보고서를 통해 "시장 대응 관점에서는 러시아 디폴트 자체보다 신흥국 채권시장으로 (여파가) 확산할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디폴트로 신용 리스크가 확산하면서 대외부채 상환 부담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 긴축에 돌입하면서 신흥국 시장에서 투자자금 이탈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디폴트 사태에 추가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글로벌 금리 상승 가운데 신용 리스크가 높아지며 가산금리까지 오르게 될 경우 신흥국은 자금 조달 부담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