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 2078조 원 가운데 외국인 보유주식 시총은 664조 원이다. 시총 기준 외국인 보유 주식 비중은 31.96%인데, 6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2020년 초 이 비중은 40%에 육박했으며, 1년 전까지만 해도 지금보다는 4.65%p 가량 높았다.
올해 들어 이달 14일까지 외국인들이 팔아치운 국내 상장주식은 8조 1200억여 원어치다. 코스피 시장에선 4조 8516억 원어치, 코스닥 시장에서는 3조 2707억 원 어치를 각각 순매도했다. 이 여파로 1월 3일 2988.77이었던 코스피 지수는 이날 2621.53으로 내려앉았다.
외국인 매도 행진의 주요 원인으로는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움직임과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과 맞물린 원·달러 환율 상승 흐름이 꼽힌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5~1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존 예고대로 기준금리를 소폭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현실화된다면 2018년 12월 이후 첫인상으로, 2020년 3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금리를 현 수준(0.00~0.25%)로 낮췄던 것을 정상화하는 첫 '스텝'이 된다.
이처럼 유동성 파티 국면이 막을 내린 가운데 지난달 발발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상황까지 겹치면서 투자 심리는 더욱 위축됐다.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 등의 가치가 치솟는 것도 이같은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작용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15일 원·달러 환율은 1242.8원에 마감했다. 올해 첫 거래일 종가가 1191.8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급등한 것으로, 환율이 1240원대를 돌파한 건 1년 10개월 만이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외국인의 '셀 코리아' 현상에 대해 "외환시장이 개방된 우리나라는 지정학적 이슈가 발생하면 원화가 유독 약한 흐름을 나타낸다"며 "외국인들 입장에선 우리나라 주식을 들고 있으면 환 손실이 나기 때문에 변동성 회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한 점도 또 다른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정 팀장은 "우리나라는 전형적으로 원자재 수입국이기 때문에 그 가격이 급등하면 우리 기업의 원가 구조가 나빠지게 된다"며 "이렇다 보니 한국 주식시장은 일시적으로 회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심리도 겹친 것 같다"고 봤다.
오히려 단기적으론 러시아가 1억 1700만 달러 규모에 달하는 채권이자를 지급 만기일인 16일 미(未)지급할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이에 따른 리스크가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러시아의 채무불이행이 현실화될 경우 "빌려준 돈을 받아야 할 우리 기업들의 개별 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다"며 "증시는 단기적으로 충격을 받고 하락했다가 금융 시스템을 흔들만한 리스크로 연결되지 않으면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