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삼척 대형 산불' 원인 조사 답보…차량 영상 분석 난항

최초 발화 시간대 차량 4대 운전자와 동승자 6~7명 확인
당국 참고인 조사했지만 모두 산불 연관성 강력히 부인
2차례 현장감식서 담배꽁초 등 발견 못해…블랙박스 확인 못하면 '미궁' 우려

산불이 처음 발생한 울진군 북면 두천리 야산. 산불 발생 추정지점과 불길 확산 방향 등이 청색과 황색, 적색 깃발 등으로 표시돼 있다. 문석준 기자
 
사상 최악의 산불로 꼽히는 '울진·삼척 대형 산불'의 원인은 차량 운전자가 버린 담배꽁초일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관계당국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1~2차 현장 감식에서 화재원인으로 추정할 수 있는 증거를 찾지 못한 만큼 수사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울진군은 지난주 울진경찰서의 협조를 받아 지난 4일 오전 11시 3분부터 11시 16분까지 울진군 북면 두천리 산154번지 인근을 지나간 차량 4대의 정보를 확인했다.
 
최초 신고 시간인 오전 11시 17분을 기준으로 담배꽁초를 버렸다면 불이 번졌을 가능성이 높은 시간대인 오전 11시 이후에 이곳을 지나간 차량 4대를 파악한 것이다.
   
경찰은 인근 도로에 설치돼 있는 폐쇄회로(CC)TV에 찍힌 영상을 바탕으로 차량 번호와 운전자 및 동승자 6~7명 정도를 특정하고 신원도 모두 확인했다.
   
이후 울진군은 검찰 지휘를 받아 지난 14일까지 차량 운전자 2명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특히 차량 탑승자들의 흡연 여부를 비롯한 사건 관련성을 면밀히 조사했다.
   
하지만 참고인들은 모두 실화 가능성을 강력히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가 처음 발생할 당시 모습이 담긴 CCTV 화면. 독자 제공

당국이 담배꽁초를 이번 산불의 발화 원인으로 강력히 의심하는 이유는 인근 송이산 CCTV에 찍힌 화면이 결정적이다.
 
최초 발화 당시 장면이 찍힌 영상에는 지나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10여분 만에 불길이 산 위쪽으로 치솟는 모습이 담겨 있다.
 
산불 원인은 자연적 요인과 인위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는데 자연적 발화 요인은 사실상 낙뢰가 유일하다. 하지만 화재 발생 당일 울진지역에는 낙뢰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발화지점 인근에는 보행로가 없는데다 사람의 통행도 거의 없는 도로여서, 지나는 차량에서 버린 담배꽁초가 산불의 원인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초 발화지점은 왕복 2차선 도로에서 10m 가량 떨어진 배수로로, 인근에는 펜션과 주택 2채를 제외한 다른 시설물은 없다.
 
발화지점 인근에서 거주하는 전용운(74)씨는 "이곳에는 단 3집만 산다. 화재 당시 펜션에는 주인이 없었고 뒷집에 인근 동네 아주머니 몇 분이 모여 있어 급히 올라가 대피하라고 외쳤다. 보행자는 보지 못했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산불 원인은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산림청이 이미 실시한 1~2차 현장감식에서는 화재원인으로 추정할만한 담배꽁초를 비롯한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국은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 영상이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확보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차량에는 블랙박스가 설치되지 않은데다 시간이 지나면서 당시 영상이 지워진 경우까지 있기 때문이다.
   
울진군 관계자는 "블랙박스가 없는 차량도 있는데다 설치된 차량의 일부 블랙박스는 시간이 지나면서 리셋이 돼 이미 영상이 지워졌다"며 "국립산림과학원이나 과학수사연구원 등의 도움을 받아 영상 분석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산림청은 오는 16일 울진군, 경찰 등과 함께 최초 발화 현장에서 합동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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