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가수 신지(본명 이지선)의 목소리에 '지문'이 있다고 했다. 언제, 어디서 들어도 신지 목소리를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998년 그룹 코요태의 메인 보컬로 데뷔한 그가 어느덧 25년 차 가수가 됐다.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한 방송사 인근에서 만난 신지는 "18살에 데뷔해 인생의 반 이상을 '신지'라는 이름으로 살았다. 생각해보면 어릴 때는 멋모르고 노래도 잘 질러댔다"고 회상했다.
그는 "노래하는 신지가 아니었다면 지금껏 무엇을 하며 살고 있었을까 가끔 생각한다"며 "어떤 노래를 불러도, 무엇을 해도 '신지잖아', '신지의 목소리잖아' 라는 말에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꾸준히 싱글을 발표하며 가수 활동을 해 온 그는 최근 데뷔 24주년을 기념하는 음반을 내놓았다.
솔로로서는 첫 미니 음반인 '올웨이즈 히어'(Always here), 말 그대로 '나 여기 있다'는 뜻을 담았다.
신지는 "가수로서의 신지를 그리워하는 분들이 많았다. 그간 예능, 라디오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지만 가수로서의 정체성을 속상해하는 팬들에게 '저 여기 있어요'라고 확인시켜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바람처럼 음반에는 코요태의 멤버가 아닌 솔로 가수 신지의 다양한 면모를 담아냈다.
히트곡 제조기 작곡가 조영수와 유명 작사가 강은경이 의기투합한 타이틀곡 '바랄게'는 2000년대 초반 감성을 살린 미디엄 템포 발라드곡으로, 신지가 처음 도전하는 장르다.
신지는 "이번 앨범을 녹음하면서 '노래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여러 곡을 노래하면서 '아 잘하고 싶다', '정말 잘 해내고 싶다'는 생각에 머리도 여러 번 쥐어뜯었다"고 털어놨다.
수록곡 '맴찢'을 작업할 때는 제목 두 글자를 놓고 작사가, 프로듀서와 3~4개월을 고민하기도 했다.
"코요태 멤버인 종민 오빠가 제가 부른 솔로곡 중 세 손가락 안에 든다고 한 곡인데도 마지막까지 고민이 많았어요. 정말 좋은 곡이 많은데 차트 성적으로만 보지 않으셨으면 해요. (웃음)"
걱정과는 달리 팬들의 응원이 이어지면서 처음 제작한 음반 물량은 다 팔렸다고 소속사 관계자는 전했다.
오랜 활동에 이제는 내공도 제법 쌓였을 듯하지만, 신지는 노래하는 매 순간순간 고민이 많다고 했다.
코요태의 '순정', '만남', '비상', '팩트', '파란' 등 여러 히트곡이 사랑받았지만, 최근 발표한 곡은 크게 주목받지 못하면서 '매번 똑같은 것 아니냐', '올드(old)하다'는 지적도 많았다고 그는 솔직히 말했다.
신지는 "노래를 발표할 때마다 '왜 신지 이름으로 이것밖에 못 하냐'는 지적이 많은 것도 알고 있다"며 "내가 가진 능력, 실력과 비교해 더 높게 평가해주는 분들도 많은 만큼 아직 해답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여전히 '무대 울렁증'이 남아 있다면서 "어느 순간 자신 있게 노래 부르는 법을 잃어버린 것 같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욕심도 났고 재밌게 작업하면서 시원시원하게 노래했다"고 환히 웃었다.
"팬들이 듣고 싶어하는 노래와 제가 부르기 편하고 잘 부르는 수 있는 노래 사이에는 틈이 있어요. 이걸 어떻게 좁혀가느냐가 제 평생 숙제가 아닐까 해요. 좋은 노래로 차근차근 들려드려야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많은 이들이 그러했듯 신지도 힘든 시기를 보냈다.
팬들 앞에서 노래할 기회가 확 줄면서 설 자리를 잃은 듯한 느낌마저 받았다고 한다. 신지는 "2019년에 코요태 첫 단독 콘서트를 열었는데 그때 안 했으면 아예 못 할 뻔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를 다시 일으킨 건 역시 팬들의 응원이었다.
신지는 "저를, 그리고 코요태를 좋아해 주시는 팬들은 정말 의리"라며 "그 시절을 함께 보내온 분들이 우리 노래를 들으면서 추억을 돌아보고 응원한다고 하더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자신을 돌아보며 마음속 부담감을 조금씩 내려놓은 그는 요즘 '좋아 보인다', '밝아졌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고 한다.
내년이면 벌써 데뷔 25주년, 신지는 훗날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을까.
"예전에는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부르고 뭐든 다 잘하는 신지로 남았으면 싶었어요. 그러나 이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가수로 기억됐으면 해요. 힘든 적도 많았지만 조금씩 이겨내는 중이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