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⑤]中 '나쁜 손' 판커신, 실제 성격은 어떨까?

중국 쇼트트랙 김선태 전 감독 인터뷰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김선태 당시 감독(오른쪽)이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중국 선수들이 따낸 메달을 목에 걸고 여자 간판 판커신과 기념 촬영을 한 모습. 판커신 SNS

중국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판커신(29)은 자국 내에서는 간판 스타로 꼽히지만 한국에서는 악명이 높다. 이른바 '나쁜 손'이라는 별명을 얻었을 만큼 반칙을 자주 구사하기 때문이다.

판커신은 지난 2014년 소치올림픽 당시 여자 1000m 결승에서 1위로 골인하려던 박승희(은퇴)를 노골적으로 손을 뻗어 잡으려고 했다. 그럼에도 박승희는 금메달을 따냈다. 판커신은 2017년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에서는 500m 결승에서는 심석희(서울시청)의 무릎을 잡았고,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도 500m 실격을 당했다.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도 판커신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여자 500m 준준결승 1조에서 마지막 곡선 주로를 달리다 주로의 경계를 나타내는 검은색 블록을 왼손으로 밀어내 경쟁 선수가 넘어진 것.

밀린 블록이 공교롭게도 캐나다 앨리슨 샤를의 스케이트에 부딪혔고, 판커신까지 2명이 넘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물론 고의성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지만 예전 판커신의 반칙 전력에 팬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중국 판커신(오른쪽)이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경기에서 캐나다의 샤를과 넘어지는 모습. 베이징(중국)=박종민 기자


트위터 영상 캡처

그렇다면 과연 판커신은 실제로 어떨까. 반칙 여왕이라는 별명처럼 실제 성격도 거칠까. 판커신을 오랫동안 지켜본 지도자에게 들어봤다.

베이징동계올림픽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을 맡았던 김선태 전 감독(46)이다. 김 감독은 최근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판커신에 대해 "나도 선입견을 갖고 처음 만났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고 귀띔했다.  

물론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자신이 지도했던 선수라 나쁜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은 판커신에 대해 정말 성실한 선수라고 재차 강조했다. 김 감독은 "굉장히 열심히 운동하고 리더십도 있다"면서 "고참 선수로서 솔선수범하며 후배들을 끌고 나간다"고 판커신을 평가했다.

판커신도 베이징동계올림픽 혼성 계주 2000m 금메달을 따낸 뒤 "훈련이 끝나면 매일 목에 피가 흐른다"면서 "금메달을 따냈을 때 충분히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고, 우리가 해냈다"고 뿌듯한 소감을 밝혔다. "12년 동안 너무도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금메달이었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중국 내 치열한 경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감독은 "2004년 중국 창춘시 주니어 선수들부터 지도해 중국 대표팀까지 맡았다"면서 "중국의 전국 체전도 엄청난 경쟁이 있는데 국제 대회는 말할 것도 없다"고 했다. 그런 치열한 경쟁에서 이겨내고 국제 대회에서 메달을 따내기 위해 혹독한 훈련을 소화했기에 그만큼 간절하다는 것이다.

박장혁(오른쪽)이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준결승 경기에서 중국 런쯔웨이를 추월하는 모습. 베이징(중국)=박종민 기자

김 감독은 중국 남자 대표팀 런쯔웨이에 대해서도 나쁘지 않은 평가를 내렸다. 런쯔웨이는 베이징올림픽 남자 1500m 준결승에서 박장혁(스포츠토토)에 추월을 당하며 반칙을 당한 듯 '헐리우드 액션'을 취했다.

앞서 1000m에서 런쯔웨이는 잇따라 유리한 판정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준결승에서는 황대헌(강원도청)이 중국에 유리한 판정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또 런쯔웨이는 평창올림픽 당시 남자 계주에서 한국이 넘어져 메달이 무산된 데 대해 "기쁘다"는 조롱성 발언을 한 것까지 소환돼 한국 팬들의 공분을 샀다.

이에 김 감독은 "런쯔웨이 역시 열심히 운동하는 선수"라면서 "평창올림픽 당시 예능 프로그램 성격의 인터뷰였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평창올림픽 당시 런쯔웨이의 인터뷰는 중국 언론에서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랬던 런쯔웨이는 베이징올림픽 남자 1500m 금메달을 따낸 황대헌에 대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계속 나를 이기는 강한 선수로 존경한다"고 칭찬하며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어쩌면 제자들의 허물까지 감싸는 김 감독의 부드러운 리더십이 중국 선수들에게 변화를 준 것일 수도 있다. 김 감독은 오랫동안 중국 선수들을 지도하며 올림픽에서만 금메달 3개를 따낸 저우양을 비롯해 남자 간판 량원하오, 한톈위 등 다수의 국가대표를 길러냈다.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김선태 전 감독이 최근 서울 모처에서 CBS 노컷뉴스와 인터뷰를 하는 모습. 이한형 기자

중국 매체 상하이 데일리는 지난달 "중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한 김 감독은 의사 소통 능력이 뛰어나 선수들과 친분을 쌓았다"면서 "특히 선수들에게 손편지를 건넬 정도로 따뜻하게 대했다"고 조명한 바 있다. 이어 "저우양은 김 감독에게 받은 손편지를 모두 간직했으며 지갑에 넣고 다니기도 했다"면서 '넌 언젠가 세계 챔피언이 될 것이고, 난 항상 너를 도울 것'이라는 내용도 전했다.

김 감독은 2014-2015시즌부터 평창올림픽까지 한국 대표팀도 이끌었다. 최근 불거지긴 했지만 여자 대표팀 에이스 최민정(성남시청), 심석희의 보이지 않는 갈등 속에서도 평창올림픽에서 3000m 계주를 비롯해 금메달 3개 등 빼어난 성적을 이끌었다. 빙상계에서는 최민정 등 선수들이 김 감독을 깊이 존경하고 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대표팀까지 맡았던 김 감독에게 국적을 떠나 선수들을 가르치는 철학과 쏟는 애정은 똑같다. 김 감독은 "쇼트트랙은 정말 매력적인 스포츠지만 보는 각도에 따라 판정이 달라질 수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면서 "때문에 한국과 중국 등 모든 선수들에게 '반칙과 판정보다 얼음 위에서는 너희가 잘 타는 것에 집중하면 된다'고 강조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감독의 가르침이 중국 쇼트트랙이 반칙왕 오명을 씻는 데 밑거름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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