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에게 이메일부터 쓰겠다"…'81년생' 젊은 피, 네이버 혁신할까

네이버 최수연 대표. 네이버 제공
'81년생' 최수연 대표가 네이버 신임 대표로 정식 취임한다. 최 대표의 취임으로 네이버의 리더십은 한성숙 전 대표를 포함한 '창업 세대'에서 '인터넷과 함께 성장한 세대'로의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네이버는 14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 네이버 사옥에서 23기 정기 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열고 최수연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고 밝혔다. 최 대표의 임기는 3년이다.

최 대표는 서울대 공과대학을 졸업한 뒤 2005년 네이버 전신인 NHN에 입사했다. NHN에서는 4년간 커뮤니케이션과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연세대 법학전문대와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에 진학했다. 2019년 네이버로 돌아온 뒤 CEO직속 글로벌사업지원부에서 해외 사업을 지원했다. 지난해 비등기 임원인 '책임리더'로 승진한 바 있다.

최 대표는 지난해 11월 내정 당시부터 파격 인사로 이목을 끌었다. 한성숙 전 대표 아래에 본사 C레벨 임원, 사내독립기업(CIC) 대표 등을 건너뛰고 그 아래인 책임리더(조직장)급에게 대표를 맡겼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플랫폼 국감·직장 내 괴롭힘 사태 등을 겪은 네이버의 '쇄신' 의지로 해석했다.

네이버 한성숙 전임 대표(오른쪽)와 최수연 신임 대표. 연합뉴스
최 대표는 취임 이후 네이버를 글로벌 톱티어 인터넷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 대표는 글로벌 시장과 사업 전략 등에서 폭넓은 이해도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이날 최 대표는 "네이버가 갖고 있는 모든 비즈니스는 시작부터 글로벌을 염두에 두고 시작됐고, 모든 목표점이 글로벌을 향해 있다"며 "2년 전 네이버에 합류하고, 사업들의 글로벌 확대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업계나 파트너사들의 높은 관심과 평가를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네이버는 선배 경영진과 구성원들이 만들어 낸 라인, 웹툰, 제페토를 능가하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끊임없이 나오는 새로운 사업의 인큐베이터가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글로벌 감각과 전문성을 갖춘 리더십을 구축하고 기술 혁신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네이버가 지난해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홍역을 치른 만큼 조직 문화 쇄신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최 대표는 "CEO로 선임된 것에 대해 네이버의 사업과 구성원들에 대한 주주들의 엄청난 신뢰이자 훨씬 큰 도전을 해달라는 주문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신뢰와 자율성에 기반한 네이버만의 기업문화를 회복하는 것을 당면 과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를 위해 조직원과의 소통을 강화한다. 최 대표는 내정자로 선임된 이 후 100일여간 400여 명 직원을 만나 이야기를 청취하고 소통했다. 지난 1월 300여 명 신입사원 대상으로 열린 코드데이에도 사전 예고 없이 참여해 대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최 대표는 "대표로 내정 후 직원들과 만나고 인사하고, 현안과 문제점을 파악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듣는 데 시간을 많이 보냈다"며 "많이들 기대하실 거기 때문에 회사의 전략이나 사업 방향 수립하는 데 시간을 많이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이 하고 싶은 말도 많고 저에게 듣고 싶은 얘기도 많을 것 같다"며 "취임 후 가장 먼저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쓰려고 한다"고 했다.

연합뉴스
업계 관계자는 "성격이 쾌활하고, 일도 잘한다는 게 최 대표에 대한 내부 평가"라며 "글로벌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낸 만큼 새로운 리더십에 대해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채선주 부사장도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채 부사장은 지난 20년간 네이버에서 홍보, 대외정책, 마케팅 등을 담당해왔다. 채 부사장은 최근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 자리에서 물러난 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네이버의 노동조합 '공동성명' 관계자들은 이날 주총에서 "지난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직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당시 인사 업무를 총괄한 채 부사장의 신규이사 선임에 의문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채 부사장이 어떤 계획과 비전을 갖고 있느냐"는 취지로 질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전 대표는 "네이버는 경영쇄신을 약속하고 CEO를 비롯해 경영진들이 현업에서 물러난다. 리더십 변화를 위해 새로운 경영진을 선임했다"며 "다만, 이사회의 경우 새로운 리더십의 체계적인 안정을 구축하고 이해당사자 간 커뮤니케이션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20여 년간 회사 내 풍부한 지식과 전문적 역량을 갖춘 인재를 활용하는 측면에서 (채 전 CCO에게)사내이사를 맡기기로 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채 부사장 역시 "우려사항도 잘 새겨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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