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터당 2천원' 부산 기름값 고공행진에 시민들 아우성

'휘발유 1929원' 주유소에 몰린 운전자들 "비교적 싸다"
일주일 만에 200원가량 올라…"유류세 더 내려야"
직격탄 맞은 운송업 종사자들 "기름값 올라 수입 줄어"

14일 부산 사하구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 가격이 1929원으로 표시돼 있다. 박진홍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부산지역 기름값도 연일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자 시민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14일 오전 부산 사하구의 한 주유소.
 
'휘발유 1929', '경유 1799'라는 문구가 적힌 전광판 아래로 차량이 쉴 새 없이 드나들었다.
 
이곳이 사하구 일대에서 가장 저렴한 주유소 중 한 곳이기 때문인지, 이른 시간대임에도 승용차와 트럭 가리지 않고 이곳을 찾았다.
14일 부산 사하구의 한 주유소에 차량들이 드나들고 있다. 박진홍 기자
주유를 위해 차에서 내린 한 경차 운전자가 주유기 앞에 서서 현금 3만 원을 꺼내 들었다.
 
만 원짜리 지폐를 한 장씩 차례로 투입하던 운전자는 마지막 지폐 한 장을 투입하려다 잠시 머뭇거렸다.
 
이 운전자는 결국 마지막 만 원짜리 지폐를 주머니에 다시 넣고 2만원어치만 주유한 뒤 자리를 떴다.
 
주유기 앞에 선 다른 손님들도 화면에 표시된 '주유량' 숫자가 빠르게 올라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한숨을 쉬었다.
 
운전자들은 기름값이 오른 원인을 알고 있다면서도, 가격이 너무 가파르게 올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승용차 운전자 최모(50대)씨는 "일주일 만에 거의 200원이 오른 것 같은데, 체감하기에 예전과 비교해 가격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며 "기름 5만원어치 넣으면 일주일 탔었는데, 지금은 6만원 넘게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SUV 운전자 박모(40대)씨도 "직전에 주유했을 때보다 200원 정도 오른 것 같은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기름값이 오르고 있다고 알고는 있다"며 "저뿐만 아니라 국민들 생각이 다 똑같겠지만, 정부가 유류세를 좀 더 깎아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14일 부산 사하구의 한 주유소에서 운전자가 주유를 하고 있다. 박진홍 기자
특히 자동차가 생계 수단인 택배기사 등은 기름값 상승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택배기사 김모(40대)씨는 "하는 일은 똑같은데 기름값이 오르면, 버는 돈은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름값 1000원일 때와 1500원일 때 기사가 버는 수입 차이가 크게 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주유나 차량에 들어가는 비용 등은 택배기사 각자의 몫인데, 기름값이 올랐다고 해서 이를 따로 지원해주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을 보면, 전날인 13일 기준 부산지역 보통휘발유 가격은 리터(L)당 1977.41원으로 2천 원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부산의 리터당 휘발윳값은 이달 1일 1716.21원에서 7일 1810.33원으로 올라 일주일 만에 1800원대를 넘어섰다.
 
하지만 지난 9일 1925.82원을 기록하면서 이틀 만에 1900원대를 돌파하는 등 지나치게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국제 가격과 2~3주가량 시차를 두고 따라가는 경향이 있는 만큼, 국제 유가 상승세를 고려하면 당분간 국내 기름값 오름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부산 사하구의 한 주유소에 차량들이 드나들고 있다. 박진홍 기자
앞서 기획재정부는 한시적으로 시행 중인 유류세 20% 인하 조치의 시한을 오는 7월까지 3개월 연장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하고, 이날 입법 예고했다.
 
하지만 유류비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을 고려해, 유류세 인하 폭을 법정 최대한도인 30%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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