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 동계패럴림픽 개막 3일 전까지 출전 여부가 불투명했던 우크라이나가 우려곡절 끝에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종합 2위에 올라 러시아의 침공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자국 국민들에게 위안을 안겼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러시아의 침공이 본격화되면서 베이징에 오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어려운 시기임에도 선수단 파견을 결정했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선수 20명, 가이드 9명 등을 비롯해 임원 및 관계자까지 총 54명의 선수단은 폭격 위험과 피난 행렬로 인한 혼란을 뚫고 대회 이틀 전 베이징에 도착했다.
반면,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단은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는 두 나라의 대회 참가를 허락했다가 국제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하고 방침을 철회했다.
노르딕스키 강국인 우크라이나는 바이애슬론 종목에서 22개(금 8개·은 9개·동 5개), 크로스컨트리스키 종목에서 6개(금 3개·은 1개·동 3개)의 메달을 따내며 중국에 이어 종합 2위에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노르딕스키 남자 시각장애 부문의 비탈리 루키야넨코, 여자 시각장애 부문의 옥사나 쉬시코바는 나란히 2관왕에 등극했다.
우크라이나 선수들은 메달을 획득한 후 하나같이 평화를 외쳤고 전쟁 중단을 바라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보냈다.
우크라이나 선수단은 개회식에 앞서 '전쟁을 멈춰라(Stop War)', '우크라이나에 평화를(Peace for UKRAINE)'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앞세웠다.
그리고리 보브친스키는 우크라이나 선수단의 대회 첫 금메달을 안긴 뒤 "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며 전 세계가 매일, 언제나 우크라이나라는 이름을 듣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스포츠를 사랑하지만 오늘은 미래 우크라이나에서의 삶을 위해 뛰었다. 제발 전쟁을 멈춰 달라. 우리 아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호소했다.
우크라이나 선수단은 지난 10일 중국 장자커우 선수촌에 모여 전쟁 중단을 외쳤다. 이들은 '모두를 위한 평화'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어 올렸고 1분간 묵념을 하면서 조국의 국민들과 연대했다.
발레리 수슈케비치 우크라이나 패럴림픽위원장은 "인류가 문명화됐다면 전쟁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멈춰야 한다"면서 "아이들과 여성, 사람들은 죽는 게 아니라 반드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오늘도 많은 사람이 죽었다. 전쟁을 멈춰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동계패럴림픽 개최국 중국은 금메달 18개, 은메달 20개, 동메달 23개를 수확해 압도적인 성적으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총 메달수는 61개로 2위 우크라이나(29개)보다 무려 31개나 더 많았다.
중국은 4년 전 평창 동계패럴림픽까지 통산 메달수가 1개에 불과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6개 종목에서 모두 금메달을 땄다.
장애인 인구가 많은 중국이 대회 유치를 확정한 후 유망한 선수를 적극적으로 발굴했다.
또 국제대회 출전 대신 국내 훈련에 집중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회 개최 1년 전에 열리는 테스트 이벤트가 개최되지 않은 관계로 타국 선수들은 경기장이 낯설었지만 중국은 홈 어드밴티지를 크게 누렸다.
통상적으로 대회가 열리기 1년 전 같은 장소에서 테스트 이벤트를 개최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휠체어컬링을 제외하고는 테스트 이벤트가 치러지지 않았다.
중국 외 국가 선수들은 대회를 앞두고서야 경기장의 설질, 코스 등을 처음 경험했다. 반면 중국 선수들은 패럴림픽이 열릴 경기장에서 반복 훈련을 하며 완벽하게 파악하고, 적응했다.
박승재 대한장애인체육회 훈련기획부장은 "중국 선수들이 대회 직전 6개월 동안 집에도 거의 가지 않고 장자커우 국립바이애슬론센터에서 훈련을 이어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은 "인구가 많은 중국에 장애인 꿈나무가 많다. 4년 전부터 이런 선수들을 국제대회에 내보내 성장하도록 하고, 패럴림픽 출전권 획득 이후 전력 노출을 하지 않았다"며 "테스트 이벤트도 없어 중국 외 국가 선수들이 경기장에 충분히 적응하지 못한 상태"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