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기 가까운 역사를 지닌 DC의 대표 인물 배트맨이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새롭고도 낯선 모습인 '더 배트맨'으로 돌아왔다. '이터널스'의 은혜를 갚고자 까치는 '더 배트맨' 표를 물고 갔고, 당연하게도 덕후 P 기자는 이를 재빠르게 잡았다. 그렇게 P가 다시 돌아왔다.
우리가 '더 배트맨'을 파고들기 전에 우선 두 가지를 알아야 한다.
첫 번째, 덕후 P는 본래 DC 덕후다. 그러나 마블이 흥해야 경쟁 심리에 따라 DC도 흥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응원을 시작해 '마블 덕후'까지 됐다.
두 번째, 덕후 P는 N차 관람하지 않는다. 그런 덕후 P가 '더 배트맨' 2회 차를 찍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잘 나온 '뱃신'(배트맨+신) 영화에 대한 예우"라고 했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실현하진 못했지만, 매우 단호하게 극장에 두 번 가지 않는다고 말했던 P다.
고로, '더 배트맨'은 '찐'이다. [편집자 주]
'세계 제일의 탐정' 2년 차 배트맨 브루스 웨인
가장 먼저 덕후 P는 '더 배트맨'을 보고 난 후 "어둡고, 어둡고, 또 어둡다"고 평가했다.
"그래픽 노블에 가장 가까운 배트맨과 고담시가 스크린에 등장했다. 그동안 배트맨 영화에서 '세계 제일 탐정'의 면모가 부각된 적이 많지 않았다. 영화로는 처음 선보인 2년 차 배트맨의 모습까지 여러모로 신선했다."
1939년에 처음으로 등장한 DC 코믹스의 슈퍼히어로 배트맨은 오랜 역사만큼 '어둠의 기사' '고담의 수호자' '어둠의 자경단원' 등 다양한 별명을 갖고 있다. 그중에는 '세계 최고의 탐정'이라는 별칭도 있다.
덕후 P가 '더 배트맨'을 보기 전 가장 기대했던 지점도 바로 '탐정'이라는 요소다. 그는 "'세계 제일의 탐정'. 이 부분이 가장 기대됐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탐정 모드의 배트맨은 매력이 넘친다. 매사 빈틈이 없고 문제 해결 과정에서 모든 변수를 고려하는 그의 능력은 인간임에도 저스티스 리그의 리더가 되는 개연성도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어두운 '더 배트맨'이 가진 장점과 단점
물론 아쉬운 지점도 존재한다. P는 "하지만 히어로 영화에서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 수준의 서스펜스를 기대하면 안 됐다. 배트맨은 탐정으로서의 능력을 어느 정도 보여주지만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의 긴장감은 다소 아쉬웠다"고 이야기했다.
맷 리브스 감독과 로버트 패틴슨의 조합으로 탄생한 '더 배트맨'은 이 중 '세계 최고의 탐정'이자 배트맨 2년 차 브루스 웨인의 '심리적인 면'에 초점을 맞췄다. 탐정의 면모를 보여주지만, 탐정으로 활약하는 2년 차 배트맨 브루스 웨인의 심리를 뒤쫓는 영화다. P가 말한 아쉬움은 여기에서 나온다.
'더 배트맨'의 톤앤매너를 색으로 표현하면 빛 한 점 허용하지 않을 것 같은 '흑색'이다. 오랜 트라우마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브루스 웨인의 모습은 배트맨의 수트 만큼이나 어둡게 그려진다.
브루스 웨인의 불안한 심리는 배트맨의 속성이라 할 수 있는 '어둠'을 활용한 연출을 통해 더욱 도드라진다. 배트맨의 어둠이 새카맣게 펼쳐지며 고담의 악당들에게 공포를 선사하는 순간들은 영화적 체험을 극대화시킨다.
'어둡다'는 건 '더 배트맨'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P 역시 176분에 이르는 긴 러닝타임과 함께 너무 어둡다는 데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P는 "그래도 책으로 보던 배트맨과 고담시에 가장 가깝다. 원작 시리즈에 보다 더 충실했다"며 영화 관람 전 기대했던 포인트 중 가장 완벽하게 만족시킨 것 역시 고담시 묘사였다고 말했다.
로버트 패틴슨의 턱선은 배트맨 그 자체였다
오래되고 인기 있는 캐릭터인 만큼 팀 버튼, 조엘 슈마허, 크리스토퍼 놀란, 잭 스나이더 등 여러 감독이 영화의 연출을 맡았고 마이클 키튼, 발 킬머, 조지 클루니, 크리스찬 베일, 벤 애플렉 등 여러 배우가 배트맨을 연기했다. 그리고 모두 다른 개성의 배트맨을 그려냈다.
사실 '더 배트맨'에서 배트맨 역으로 로버트 패틴슨이 캐스팅됐다는 소식에 팬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상당했다. P에게 물었다. 그가 본 로버트 패틴슨 버전 배트맨은 어땠는지.
"'트와일라잇'을 제외하고 어떤 작품 활동을 했는지 잘 모르는 배우라서 첫 반응은 '응?', 첫 예고편을 본 다음은 '오', 영화를 보고 나서는 '와' 순으로 의식이 흘러갔다. 무엇보다 싱크로율이 중요한데 수트가 잘 어울렸다. 특히 그 턱선에서 싱크로율이 급상승! 배트 케이브에서 보여준 어둡고 고뇌에 찬 표정을 보며 좋은 캐스팅이 곧 좋은 연출이구나 싶었다."
덕후 P가 꼽은 명장면 셋
자, 그럼 이제부터 P가 꼽은 '더 배트맨'의 장면들을 살펴보자.
고로 영화는 초반에 작품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캐릭터를 설명하며 관객들을 사로잡는데 성공해야 한다. 초반의 톤을 마지막까지 잘 유지해 나가느냐 역시 영화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기준 중 하나다.
P는 영화 초반 지하철 격투 장면을 꼽으며 "브루스 웨인의 내레이션과 결합해 배트맨이 이미 고담시의 범죄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됐다는 사실을 잘 전달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배트 시그널을 보고, 계단을 오르는 그의 발걸음을 듣고 그들은 두려워했다. 또 배트맨은 악당들을 시원하게 팼다"며 "2년 차의 패기가 느껴졌고 이러한 톤은 영화 내내 계속됐다"고 말했다.
'팔코네 본진 전투 신' 역시 짚고 넘어가야 할 장면이다. P는 "배트맨의 등장이 예고된 상황에서 악당들은 이미 겁에 질려 있다. 그리고 배트맨은 어둠을 뚫고 등장해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 같은 장소에서 시원하게 패고 또 팼다"고 말했다.
"패고 또 팼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비록 2년 차 배트맨이긴 하지만, 다크 히어로로서의 본분을 잃지 않는다. 배트맨은 '우리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과는 다르다. 그리고 그게 배트맨만의 매력이다.
"이 장면은 '스타워즈: 로그원'에서 다스 베이더가 등장하는 장면을 살짝 떠올리게 했다. 배트맨의 테마가 '임페리얼 마치'('스타워즈' OST로, 제목은 몰라도 들으면 '이 노래'를 외치는 사람이 많다. 국내 예능에도 자주 등장한다)와 비슷한 느낌이라 더욱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다."
P는 세 번째 장면으로 '조명을 들고 시민들을 안전한 장소로 이끄는 신'을 꼽았다. P는 "'나는 복수다'라는 외침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고 배트맨이 어둠에서 빛의 영역으로, '나복수씨'에서 '영웅의 길'로 나아간다는 것을 상징한다"며 "그마저도 어두운 느낌의 빨간 조명이라 배트맨다웠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몇 개 더 있는데…. 배트맨과 고든이 펭귄을 묶어두고 심문하다가 버리고 가는 장면. 펭귄이 이대로 날 두고 가냐며 총총 뛰는데 그 모습은 그야말로 남극의 펭귄.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피식 웃었던 장면이다."
<하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