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쌓아온 관계는 한국 정치 역사 어느 때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복잡미묘하다. 문 대통령이 선택해 임명한 검찰총장이 대선 직전에 야당의 주자가 되면서 정권을 내어준 상황이 된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할 당시 여권과 청와대 내부에서도 반대하는 의견이 있었지만, 그를 아끼던 당시 문 대통령은 고심 끝에 윤 총장을 최종 선택했다.
하지만 이른바 '조국 사태'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됐다. 이후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일년 넘게 이어지고, 법무부가 총장에 대한 징계절차에 들어가면서 정권과 윤 총장의 대립 구도는 이어졌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다"며 감싸는 발언을 했지만, 윤 당선인은 3월에 총장직을 사퇴하고 정치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앙금은 대선 기간에도 쌓였다. '국민통합'을 강조하던 윤 총장이 느닷없이 "정권이 범죄를 저질렀다", "적폐 수사는 당연히 해야한다"는 등의 강경 발언을 인터뷰에서 쏟아냈던 것이다. 문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사과와 해명을 요구했다. "중앙지검장, 검찰총장 재직 때는 이 정부의 적폐를 있는데도 못본척 했다는 말인가. 아니면 없는 적폐를 기획사정으로 만들어내겠다는 것인가 답하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자신이 임명한 검찰총장이 현 정권을 범죄 정권으로 몰아간 것에 대한 배신감이 묻어있는 반응이었다.
정권이 완전히 교체됐기 때문에 국정운영의 세부적인 내용을 상의할 수는 없겠지만, 큰 틀에서 통합과 협치의 메시지를 내비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적폐 수사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이 먼저 얘기를 꺼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과의 축하 통화에서도 "선거 과정에서 갈등과 분열을 씻고 국민이 하나되도록 통합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윤 당선인도 문 대통령에게 예우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지난 통화에서 문 대통령에게 "많이 가르쳐 달라"며 낮은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불과 24만표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승리한 상황이기 때문에 윤 당선인과 인수위원회도 정권 심판이 아닌 국민 통합과 미래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돌발적인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적폐 수사와 관련해 윤 당선인이 얘기를 꺼낼 수도 있고, 검찰총장 시절 겪었던 과거 얘기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묵혀 있던 앙금이 풀릴지, 아니면 긴장감이 더해질지, 두 사람의 회동에 정치권 뿐 아니라 국민의 관심도 집중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