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은 포기했던 '광화문 대통령' 尹은 자신감 '검토 끝난 공약'

황진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중 하나였던 청와대의 광화문 이전 약속이 본격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윤 당선인 측은 취임 시점에 맞춰 모든 준비를 끝낼 수 있다고 밝혔는데, 집무실 이전의 걸림돌로 여겨졌던 경호·필수 시설 대체 문제 등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1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로 청와대를 이전하겠다는 윤석열 당선인의 의중이 강하다"며 "정부청사로 대통령실을 옮긴다고 발표했을 때 보안·경호에 대한 점검은 마무리된 상태"라고 언급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 1월 27일 기존의 청와대 조직구조를 해체하고,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 구축하겠다고 공약했다. 핵심 측근 위주로 밀실에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없애고, 대국민 직접소통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공약 내용에 따르면, 기존 청와대 비서실은 사라지고 새롭게 대통령실이 국정 최고 컨트롤타워가 된다. 대통령실은 '정예화 한 참모(정직원)'와 분야별 민·관 합동위원회(공무원 및 분야별 최고의 민간 인재)로 구성된다. 분야별 위원회에 관료, 학자, 전문가 등이 참여해 국가 어젠다를 추출하고 이행 결과를 관리·점검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청와대 공간도 국민들에게 개방된다. 당시 선대본은 역사관·공원 등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열어두고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과 대통령실 소속 인사들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근무하게 된다. 윤 당선인은 "인수위 시절 더 준비해서 임기 첫날부터 (광화문에서) 근무할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윤 당선인은 당선인 직속으로 청와대 개혁 태스크포스(TF)를 꾸리기로 하고 위원장 및 실무진 인선에 착수한 상태다.

연합뉴스
다만, 광화문 대통령 시대는 문재인 대통령도 공약한 바 있는 내용이지만, 추진 끝에 불발된 사안이다.

가장 큰 난관은 경호 문제다. 독립된 공간에 위치하고 있는 청와대와 달리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는 도심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고, 대형 집회·시위가 자주 열리는 공간이기 때문에 테러 등 우발적 상황이 수시로 발생할 수 있다. 경호 상의 이유로 교통, 통신 통제 등이 이뤄질 경우 시민들의 불편도 우려된다.

또 헬기장, 영빈관 등 필수 시설을 이전할 공간이 부족하고,  '지하벙커' 청와대 위기관리센터가 들어설 곳도 마땅치 않다.

결국, 현 정부의 광화문 대통령 시대 준비위원회에 참여했던 유홍준 위원은 "집무실 이외의 주요 시설 대체 부지를 광화문 인근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이전을 포기했다.

하지만 윤 당선인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의중이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 문제의 경우 실무 검토 결과, 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섰다고 한다. 경찰은 지난 11일 '대통령실 이전 준비 치안대책위원회'를 신설했는데, 위원회를 통해 대통령 집무실 및 광화문 일대의 경비 등을 재정비할 방침이다.

'지하벙커' 이전 문제에 대해서도 전시 등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공간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청와대 지하벙커라는 장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군통수권자의 신속한 지휘체계가 가동될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며 "이미 공약을 냈을 때부터 준비가 끝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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