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52시간제가 폐지될 수 있다는 거에요?"
"난 찬성. 할 일도 없고 돈이나 더 벌었으면."
"코로나에 회식 안 하고 52시간 근무 너무 좋았는데 그럼 예전 오징어잡이 배로 돌아가는 거잖아요 ㅠ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인' 신분으로 바뀌면서 판교 게임업체 커뮤니티 블라인드가 들썩이고 있다.
게임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P2E(Play to Earn)와 NFT(대체불가토큰) 관련 규제를 풀어줄 거라는 '기대'와 함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52시간제 폐지에 대한 '우려'가 교차하는 양상이다.
"193조 게임시장서 한국만 뒤쳐져…P2E, 규제 샌드박스에 포함시켜야"
12일 한국게임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전세계 게임 시장 규모는 193조원에 달한다.
게임업계는 "글로벌 게임 시장은 점차 커지고 있는데 한국 게임 순위는 뒷걸음질치고 있다"며 "세계 시장에서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지원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게임산업협회가 윤 당선인에게 전달한 공약제안서에도 한국 게임이 동남아와 남미 등 신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외교적, 경제적, 지원을 강화해 달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윤 당선인 역시 지난 1월 "대부분 2030 직원들을 채용하는 게임산업은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하는 분야"라며 "지나친 사행성이 우려되는 부분 이외에는 게임에 대한 구시대적인 규제는 신중해야 한다"고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최근 게임업계 이슈인 메타버스와 P2E, NFT 세 가지 중 업계가 가장 크게 목소리를 내는 건 단연 P2E 게임의 국내 허용 여부다.
국내에서는 현행법상 사행성을 근거로 P2E 게임이 금지된 상태다. 현재 위메이드와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등이 글로벌 서비스에 P2E 요소를 적용해 서비스중이다.
하지만 윤 당선인 측은 P2E 게임 국내 허용에 신중한 입장이다. 당초 'P2E 게임 허용 및 산업활성화를 위한 규제 철폐'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최종 공약에서는 빠졌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미 해외 여러 게임 기업들은 P2E를 비즈니스에 적용해 추진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규제샌드박스를 적용해 P2E를 허용하는 길이 열렸으면 한다"고 전했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도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P2E 게임 출시 자체를 막는 것보다 적절하게 규제하면서 출시 이후 나오는 부작용을 확인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오징어잡이 배 다시 타란 거냐" 52시간제 두고 블라인드 부글부글
최근 게임회사를 퇴사한 그래픽 디자이너는 "52시간제 하기 전에는 6시 칼퇴는 꿈도 못 꾸고 매일매일 야근이어서 출근이 아니라 오징어잡이 배 타러 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며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끔찍하다"고 몸서리쳤다.
게임사 노조도 52시간 폐지에 대한 윤 당선인의 '행보'를 예의주시중이다.
게임사 노조 간부는 "블라인드에서도 52시간 관련해 화제가 되고 있다"며 "윤 당선인이 후보때 말했던 발언들이 업계에서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중"이라고 말했다.
사드 추가 배치 공약 역시 중국에서 5년 넘게 판호를 발급받지 못했던 국내 게임사들에게는 게임산업을 옥죄는 또 다른 규제로 작용한다.
중국은 지난 2016년 사드 배치 논란 후 한국 게임 판호 발급을 중단했다. 펄어비스가 지난해 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권인 판호를 발급받았지만, 아직 서비스는 시작하지 않았다.
게임산업협회도 "국내 게임사는 지난 2017년 이후 일부 게임 이외에는 판호를 전혀 발급받지 못하고 있다"며 "중국 시장 개척 및 외교적 돌파구 마련을 위해 중국 정부에 지속적으로 판호 발급을 요청해 달라"고 당부했다.
게임업계 관계자 역시 "최근 중국이 자국 게임에도 판호를 주지 않고 있어 사드 관련으로 판호가 나오지 않는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중국에서 한국 게임사들이 비즈니스를 오랫동안 하지 못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관계 개선을 통해 문화적 교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