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지난 9일(현지시간)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보도였다.
"우크라이나의 생화학무기 연구소가 미국의 범죄활동으로 밝혀졌다고 외교관들이 전했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내용은 금방 미디어를 통해 번졌다. 중국의 관영 매체들도 이 보도를 인용하며 러시아 언론에 보조를 맞췄다.
그러자 미국이 반발했다.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내부에 미국이 지원하는 어떤 생화학무기 프로그램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력 부인했다.
다만 미국이 지원하는 유일한 연구소는 진단, 치료, 치료, 예방, 백신에 초점을 맞춘 표준 연구 시설뿐이라고 반박했다.
워싱턴포스트는 11일 러시아의 이 같은 주장은 미국이 생화학 무기를 사용했다는 소련의 오랜 거짓 주장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전 사례를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KGB는 1980년대 초에 미국이 파키스탄에서 연구 프로젝트를 지원해 개발한 '살인 모기'를 아프가니스탄으로 보냈다는 허위 주장을 퍼뜨렸다고 한다.
2015년에는 러시아 국영 뉴스 채널이 1시간짜리 특집 프로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에서 수만 마리의 돼지들이 원인 모를 질병으로 인해 폐사했다며 이는 미국이 지원한 생물학 연구소 시설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쳤다고 한다.
백악관은 러시아의 미국 생물학 무기 개발 보도에 대해 "터무니없다"며 러시아가 화학무기를 사용하기 위한 '가짜 깃발(false flag)' 작전을 시도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가짜 깃발' 작전이란 상대방이 먼저 공격했다고 거짓 주장을 하면서 자신들의 공격 빌미를 만드는 군사작전을 말한다.
미국과 러시아 간의 공방은 이날 유엔으로 그대로 옮겨갔다.
러시아의 요청으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미국은 러시아의 주장이 근거가 없으며 오히려 러시아가 생화학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을 지적했고, 유엔 측도 우크라이나에서 생화학무기를 개발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러시아가 문제 삼은 우크라이나의 실험실은 코로나19와 같은 질병을 탐지해 진단하는 공중보건 관련 시설로, 미국이 안전한 운영을 돕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바실리 네벤쟈 주유엔 러시아대사는 미국이 자국과 관련된 생물학 실험실에 대한 사찰을 거부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뭔가 숨기려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역공을 취했다.
네벤쟈 대사는 "유럽연합(EU)의 바로 옆에 극도로 위험한 생물학 실험 플랫폼이 있다"며 이 실험실에서 생물학무기가 코로나19처럼 통제 불능으로 퍼져나갈 위험이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두 나라의 이 같은 공박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전에 전쟁 발발을 여부를 놓고 벌였던 정보전을 떠올리게한다.
결국 우크라이나전쟁이 결국 현실화됐듯이 생화학무기 사용도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우크라이나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