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회장직' 앞둔 함영주, '사법 리스크' 고비 넘겨

하나은행 신입사원 채용에 영향력을 행사해 특정 지원자가 합격하도록 한 혐의로 4년 가까이 재판을 받아온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전 하나은행장)이 11일 오후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서울서부지법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하나금융그룹 함영주 부회장이 차기 회장 자리에 오르기 전 핵심 '리스크'로 거론돼 온 채용비리 사건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으면서 일단 급한 불은 끈 모양새다. 다만 다음 주 초에도 또 다른 소송 결과가 나올 예정이어서 아직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는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박보미 판사는 11일 하나은행 신입사원 채용에 특정 지원자를 합격시키도록 한 혐의로 4년 동안 재판을 받아온 함 부회장에게 1심 무죄를 선고 했다.
 
함 부회장은 하나은행장 시절인 2015년과 2016년 하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 과정에서 은행 고위 임원과 연관된 지원자와 특정 대학 출신 지원자에게 특혜를 주는 등 채용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또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신입행원의 남녀 비율을 미리 정하는 등 차별 행위를 한 혐의도 받는다.
 
재판부는 그가 일부 지원자 추천 의사를 인사부에 전달한 점은 인정했지만 합격권이 아니었던 이들을 합격시키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고는 볼 수 없고, 증거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남녀 차별 채용 행위에 대해선 "10년 이상 관행적으로 지속됐다고 보인다"면서 불법을 지적하면서도 "은행장들의 의사결정과는 무관하게 시행됐다"며 함 부회장의 영향력 행사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로써 지난달 하나금융그룹 차기 회장으로 내정돼 오는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선임을 앞두고 있는 함 부회장은 한숨 돌리게 됐다. 함 부회장으로선 이번에 유죄 판단이 나왔을 경우 곧장 회장 선임 절차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 5조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형의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이 면제된 날로부터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금융회사의 임원이 되지 못한다. 금고 이상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채용비리 혐의 1심서 무죄 선고 받은 함영주 부회장. 연합뉴스
함 부회장은 이날 선고 후 "이번 일로 많은 심려를 끼친 데 대해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 더 공정하게 경영을 해야겠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 무죄가 확정된 건 아니지만, 일단 이달 말 함 부회장 회장 선임 절차는 일정 변동 없이 진행될 예정이다.
 
다만 당면한 변수는 또 있다. 당장 오는 14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 김순열)는 함 부회장이 금융감독원의 중징계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행정소송 1심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앞서 금감원은 대규모 원금손실로 이어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하나은행장이었던 함 부회장에게 불완전 판매 책임이 있다고 보고 '문책경고'라는 중징계 조치를 2020년 내렸다. 그러나 그해 법원이 함 부회장의 해당 조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징계 효력은 본안 소송(징계 처분 취소 소송) 결과가 확정될 때까지 중단된 상태다.
 
만약 해당 징계 유지가 최종 확정될 경우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 5조와 관련 시행령에 따라 3년 동안 또 다른 임원으로의 직책 이동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14일 예정된 1심 선고로 징계 여부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어서 함 부회장의 회장직 선임은 예정대로 이뤄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게다가 하나금융그룹 측은 DLF 사태로 금감원으로부터 마찬가지로 중징계 처분을 받았던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지난해 8월 징계 취소 행정소송 1심에서 먼저 승소했다는 점을 들어 같은 결론을 기대하는 기류다.
 
함 부회장은 코 앞으로 다가온 이번 행정소송에 대해선 "성실하게 제 입장을 소명하고, 그 결과를 떠나서 앞으로 소비자 보호에 더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앞장서겠다"며 "재판 결과를 주주들에게 상세하게 보고, 설명 드려서 앞으로 주총도 무난히 지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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