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참한 내신 성적에 담임선생님에게 전학까지 권유받은 지우는 어느 날 우연히 학교의 야간 경비원 이학성(최민식)이 수학 천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우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학성에게 수학을 가르쳐 달라고 매달리고, 끈질긴 부탁 끝에 아주 특별한 과외를 시작하게 된다.
무려 2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한지우 역으로 낙점된 배우 김동휘에게 오디션에서 합격 여부보다 중요했던 게 있었다. 바로 이학성 역의 최민식 앞에서 자신의 연기를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김동휘를 당시를 떠올리며 "영광스러운 자리"라고 표현했다.
지난 2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개봉을 앞두고 김동휘를 화상 인터뷰로 만나 영화에 참여하며 배운 것들부터 앞으로의 꿈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로 가는 문 앞에서 만난 최민식
김동휘가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오디션 현장에서 자신이 동경하던 배우인 최민식을 만났고, '팬심'으로 오디션을 봤다. 그는 결과에 좌우되기보다 선배님께 내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운 자리라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이야기했다.
오디션 이후 한지우 역으로 처음 현장에서 최민식을 만나자 결국 얼어버렸다. 김동휘는 "긴장되고 부담되고, '내가 언제 대선배님과 연기 호흡을 맞출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너무 많이 얼어있었다"며 "너무 많이 긴장하다 보니 내가 얼어있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서 선배님이 모니터해 주시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대선배와 후배, 이런 식으로 접근하신 게 아니라 배우 대 배우, 사람 대 사람으로 접근해주시면서 가까워졌고, 촬영 중반 넘어가면서부터는 선배님이 편해졌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김동휘는 최민식이 근엄하고 무서울 거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옆집 아저씨처럼 편하게 대해주고, 이런저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해주며 먼저 말을 걸어줬기에 어려움을 덜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치 영화 속 지우와 학성의 관계처럼 김동휘와 최민식은 서로에게 다가갔고, 김동휘는 최민식을 통해 영화라는 예술을 대하는 태도, 작업에 임하는 각오 등을 배웠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속 모험에 빠진 한지우
이번 영화로 첫 장편 영화 주연을 맡은 김동휘는 부담감에 계속 대본만 봤다. 그는 "촬영 전날까지 대본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작품에 누가 되지 않고 폐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계속 (부담을) 덜어내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신분을 감추고 고등학교 경비원으로 일하는 탈북한 천재 수학자가 수학을 포기한 학생을 만나며 벌어지는 감동 드라마다. 수학에서 발견하는 우리 인생의 특별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에서 김동휘가 맡은 지우는 수학을 포기한 학생이다.
이처럼 영화의 중요한 키워드는 '수학'이고, 지우를 가리키는 단어 중 하나도 수학이지만 김동휘는 지우를 연기하며 오히려 수학을 배제하려고 했다.
그는 "왜냐하면 지우가 처음부터 수학을 못 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감독님과 이야기 많이 했는데, 중학교 때 잘했으니 자사고에 왔다고 본다"며 "그런데 막상 자사고에 와서 보니 어떤 한계가 있는 거다. 학원도 다니지 않고 독학으로만 하기엔 한계가 있어서 그때부터 수학을 포기하려 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학성을 통해 입시 수학이 아닌 학문이자 삶의 한 부분으로서의 수학을 만난 지우는 수학의 매력을 알게 된다.
"저는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였는데, 시나리오를 보고 영화를 찍으며 실제 수학에 관심이 커졌어요. 다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학성 같은 멘토를 만났다면 저도 수학을 안 포기하지 않았을까. 수학은 물론 난제도 있지만, 답이 딱딱 떨어지는 게 매력인 거 같아요. 답이 정해져 있다는 것 말이죠."
본격적인 시작점에 선 배우 김동휘가 그리는 꿈
'피터팬의 꿈' '하고 싶은 아이' '노마드' 등 단편 영화에서 탄탄한 연기 경험을 쌓아 온 김동휘는 tvN 드라마 '비밀의 숲 2'에서 김후정 역을 맡아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첫 스크린 장편 데뷔작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에게 '배우 김동휘'의 이름과 연기를 알리게 됐다.
김동휘를 배우로 이끈 시작점에 있는 건 '춤 동아리'다. 그는 "그게 내가 처음 접한 예술"이라며 평범한 중학생이 춤 동아리를 만나 무대에 오른다는 것의 재미를 느꼈다고 이야기했다. 무대는 재밌었지만, 자신의 재능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다고 생각한 김동휘에게 아버지는 연기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이후 연극을 통해 무대에 오르게 됐고, 그때의 느낌이 그를 배우의 길로 인도했다. 김동휘는 "연극을 하신 배우들이라면 다 받는 느낌일 거다. 연극뿐 아니라 무대에 서는 모든 직업을 가진 분은 다 이해하실 것"이라며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 때 무대 위에 선 후 관객들이 박수를 보내주시면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소름 돋을 정도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단순히 기분 좋은 게 아니라 내가 조금이나마 관객들에게 인정받았구나, 치열하게 몇 개월 동안 고민하고 생각한 게 무대 위에서 인정받았구나 하는 생각에서 오는 안도감도 있어요. 배우는 관객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보는 사람이 있어야 플레이를 펼치기 때문이죠. 이처럼 바로 앞에서 관객분들과 소통할 수 있죠. 또 바로바로 피드백이 온다는 점 역시 제게는 단점보다 장점이 더 컸어요."
그는 "사실 내가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어서, 연기적인 자존감이 낮은 편이다. 특히나 이런 상업 메인 스트림에 들어오기 전까지 자기 비하가 심했다"며 "그런데 평소 존경하던 대배우님께 그런 말을 들으니까 자신감이 생겼다. 자신감이 생겼고, 내가 이 일을 계속해도 되겠구나 (생각했다)"라고 이야기했다.
김동휘는 "배우 지망생, 신인이 이 일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내가 다음에 작품을 또 할 수 있을까, 대중 앞에 설 기회가 있을까 이런 생각을 많이 하는데, 그런 생각을 진화하게 해준 기분이었다"며 "이제 시작이니까, 앞으로 더 좋은 모습 많이 보여드리려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라는 직업이 대중 앞에 서서 일하는 직업이다 보니, 항상 대중에게 선한 영향력을 보여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어떤 배우가 되어 있을 거 같다는 것보다는, 하다 보면 어떤 배우가 되어 있을 것 같아서 장담은 못 하겠지만, 이 일을 쭉 하고 싶은 게 제 소망이에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