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향후 30년은 송이 농사 못한다"…울진 산불 피해 농가들 '절규'

울진군 북면 두천리의 한 주민들이 불에 탄 밭에서 일을 하고 있다. 문석준 기자

"이번 산불로 앞으로 30년 간 송이 수확은 못합니다. 살길이 정말 막막합니다."
   
'울진·삼척 대형 산불' 발생 8일째를 맞은 11일 낮 울진군 북면 두천리 산154 일원. 이번 산불의 최초 발화지점으로 지목된 곳이다.
   
발화지점 인근에는 산불의 첫 발생지점과 확산방향 등을 가리키는 파랑과 빨강, 노랑 깃발 수 십여 개가 꽂혀 있다.
   
인근의 산과 숲 곳곳에는 화마가 할퀴고 간 흔적이 마치 커다란 멍처럼 검고 깊게 패여 있었다.
   
주민 전용운(74)씨는 "이곳은 원래 바람이 많이 부는 곳으로 화재 발생 당시에는 정말 강한 바람이 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불길이 치솟는 속도가 너무 빨라 정말 두려웠다"고 회상했다.
   
이어 "논과 밭은 이번 불에 큰 피해가 없지만 일대의 송이산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며 "송이가 주 수입원인 많은 주민들이 앞으로의 생계를 막막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진은 이웃한 영덕과 함께 국내 최대 송이 주산지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지난해 산림조합이 수매한 울진지역 송이는 1만2159㎏에 달한다.
   
영덕에서 생산된 송이 2만8190㎏을 합하면 영덕과 울진에서만 전국 송이 생산량 10만2천㎏의 40%를 차지한 것이다.
 
울진 송이는 다른 지역 송이에 비해 표피가 두껍고 단단하며 향이 진해 인기를 얻고 있다. 울진은 화강암과 편마암이 풍화된 고운 토질에서 바다 공기까지 유입되는 지형 덕분에 송이 생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서다.

산불 피해를 입은 울진군 북면 하당리 일대 야산. 주민들은 이곳 주변 야산에서 송이가 많이 났다고 설명했다. 문석준 기자

송이가 자랄 수 있는 소나무 숲 상당수가 불에 탄데다 송이 포자가 소나무 숲에 내려앉는 봄철에 화재가 나면서 포자 대부분이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울진군은 이번 산불로 송이 채취 농가 1200여 가구 중 최소 400가구 이상이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송이 주산지로 꼽히는 북면과 죽변면, 금강송면이 가장 큰 산불 피해를 입어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북면 하당리에서 만난 한 주민은 "송이는 이 지역 주민들의 가장 큰 수입원이자 먹거리"라면서 "불에 탄 송이산은 앞으로 30년은 송이가 나지 않는다. 우리 세대에는 송이구입이 사실상 끝나버렸다"고 울먹였다.
   
이에 관련해 경북도와 울진군산림조합은 송이 채취 농가를 대상으로 피해 보상이나 생계 지원 등을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한편, 강원도 고성군은 송이 주산지로 불렸지만 지난 2000년 발생한 대형 산불 이후 지금도 송이가 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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