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제주지방검찰청은 최근 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이 내려진 4.3 일반재판 수형인 故김천종씨 등 14명에 대해 항고했다. 수형인 재심 개시 결정에 검찰이 불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재판부가 특별재심 조항이 담긴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법리를 오해해 재심 개시 판단에 필요한 규정(형사소송법)을 적용하지 않았다"며 항고했다.
구체적인 불복 이유로 검찰은 "이번 재심 개시 결정은 앞서 이뤄진 4.3 수형인 재심 절차(405명)와는 다르게 심리 기일이 지정되지 않았고, 사건 관계인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희생자에 대한 심사 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재심 심리 과정에서 법령상 필요한 절차가 충실하지 않았다. 재심의 절차적 완결성‧정당성을 확보하려고 항고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항고한 수형인 14명은 4.3 광풍이 휘몰아치던 1948년 12월부터 이듬해까지 무장대에게 음식을 줬다는 등의 이유로 최대 무기징역형을 받아 육지 형무소에서 옥살이를 한 사람이다.
이들 모두가 4‧3 당시 행방불명돼 시신조차 수습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희생자 유가족 측에서 재심을 청구했다. 검찰 항고로 광주고등법원에서 다시 재심 개시 적정성을 판단하게 된다.
4.3유족회는 성명서를 통해 "재심 개시 결정에 아무런 흠결이 없는데도 절차적 완결성‧정당성을 확보한다는 이유로 항고한 것은 4.3의 완전한 해결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검찰의 항고 이유에 대해 4.3유족회는 조목조목 반박했다. "형사소송법상 재심을 청구한 쪽과 상대방 의견을 들으면 충분하고 반드시 심리기일을 지정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고 지적했다.
유족회는 "검찰에서는 수형인 희생자에 대한 심사 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재심 개시 결정이 이뤄졌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으나, 이는 4.3특별법 취지와는 전혀 맞지 않는 견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적법한 절차에 따라 희생자로 결정됐다. 이제 와서 희생자 심사 자료를 확인하겠다는 것은 형사소송법과 4.3특별법 취지에도 맞지 않는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라고 비판했다.
유족회는 "재심을 청구한 고령의 유족은 시간이 지체되자 안타까운 심정이다. 잘못된 공권력으로 희생당하고 억울하게 살아온 희생자에 대한 권리구제가 신속하게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