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박보미 판사는 업무방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함 부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함께 재판에 넘겨진 장기용(67) 전 하나은행 부행장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또 양벌규정에 따라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주식회사 하나은행 법인은 벌금 700만 원이 선고됐다.

박 판사는 "장 피고인의 경우 당시 부행장이고 신입사원 채용에 관한 결재권을 갖고 있었다"며 유죄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다만 추천을 전달한 사실 이외에는 합격 과정에서 피고인이 합격을 따로 확인하는 등 합격 여부에 따라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반면 "함 피고인은 일부 지원자에 대해 인사부에 이를 전달한 사실은 자인하고 있으나, 이 행위 이외에는 합격 여부를 따로 확인하는 등 인식하고 있다는 의사 표명 및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진술 증거와 업무 메시지 등 만으로 피고인의 지시 존재를 확인하기엔 어렵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법인의 경우 채용 과정에서 남녀 비율을 달리해 합격시키는 등 차별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됐다.
박 판사는 "하나은행 인사부에서는 남녀비율을 나눠 심사하면서 여성 지원자를 줄였다. 필연적으로 여성 지원자들의 경쟁력이 남성 지원자의 합격자 비율보다 현저히 상향됐다"며 "쉽게 말해 다른 출발선에 놓고 심사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일반 행원 기준에서 남성이 더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다. 은행이 이를 인위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바,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차별적 채용이 명백하다"면서도 "다만 적어도 10년 이상 관행적으로 이어져 오는 등 은행장들의 의사결정과는 무관하게 시행됐다"며 함 부회장의 공동정범 여부에 대해선 무죄 판결을 했다.

함 부회장은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많은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며 "재판과정에서 저희가 설명한 증거를 많이 보시고 재판장께서 현명하게 잘 판단해주신 데 감사하다. 이런 사건을 계기로 더 투명하고 공정하게 경영해야겠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채용비리 혐의에 연루돼 따로 재판에 넘겨진 하나은행 전직 인사담당자들은 최근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