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질환자 음압병실 대신 일반병동서 치료…일부는 시행 中
지금까지는 다른 질병으로 입원했다가 코로나에 감염되면 기존 병상에서 격리된 음압병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이를 이제부터 증상이 없거나 경미할 경우에 기존 병실에서, 기존 담당 의사에게 계속 진료를 받도록 하자는 것으로 이미 이런 체계를 도입한 병원도 있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지난달 21일부터 입원 중 코로나 감염이 확인된 무증상, 경증 환자는 음압병실이 아닌 일반병동 1·2인실에 입원시켜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권덕철 복지부 장관도 전날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장과 만나 이 사례를 소개하며 적극 협력을 부탁한 바 있다.
이같은 체계 전환 시도는 일일 확진자가 연일 30만명대를 기록하는 오미크론 대유행 속 입원환자가 급증하며 기존 체계로는 더 이상 감당이 어렵다는 판단이 배경이 됐다. 이날 0시 기준 전국 코로나 중증 병상 2천733개 중 1천670개가 사용 중으로 가동률은 61%를 넘어섰다.
오미크론 변이 위험도 자체가 델타 변이의 3분의 1에서 5분의 1 수준으로 낮은 점도 고려됐다. 특히 백신접종 완료자의 경우 계절독감 이하 수준까지 위험도가 떨어지는 점 등을 감안해 코로나 증상이 경미하다면 이제 다른 중한 질환을 우선해 치료할 때가 됐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이르면 이날 신속항원검사 '양성'을 확진의 기준으로 삼는 진단시스템을 발표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동네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 체계에서는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와도 다시 PCR 검사를 거쳐 확진 여부를 판정하고 환자 배정을 보건소가 담당해왔다. 하지만 확진자가 급증하며 보건소에 과부하가 걸려 통보시기가 늦어지고 치료 적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 신속항원검사 양성을 확진 기준으로 삼아 관리 속도를 높이고 효율화하겠다는 것이다.
전환 불가피하지만…병원 동참할 지 미지수에 감염 확산 우려도
다만 여전히 코로나 확산 우려가 큰 상황인 만큼 얼마나 일선 병원이 동참할 지는 아직 미지수다. 특히 자칫하다가는 최근 집단감염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병원 내 환자들의 감염 확산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의료계 일각에서는 나온다.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은 "방향은 그렇게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다른 일반 환자분의 감염우려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점도 있다"며 "대학병원급 상급종합병원 뿐 아니라 결국 중소병원, 전문병원, 동네의원까지 일상으로 돌아가는 치료 체계를 도입해야 할텐데 만성질환자나 산모, 소아들 혹은 돌보는 분들의 우려가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병원마다 상황이 다른 만큼 꼭 일반 병동에서 관리하는 걸 원칙으로 하기보다는 융통성 있는 체계로 운영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인력이나 병원 구조 등에 따라 서울대병원처럼 모두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특정 병동 자체를 비우고 음압병상은 아니더라도 확진자는 모아서 관리하는 병원들도 있다"며 "코로나 증상보다 기저질환 치료가 더 급한 환자라도 어느 순간 위험할 수 있어 꼭 일반 병상에서 관리하는 게 다 맞지는 않을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