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가 윤 당선인에 대한 수사 가운데 가장 큰 진척을 보인 것은 고발 사주 의혹이다. 지난 해 하반기 공수처 인력을 모두 집중해 고발 사주 의혹을 대대적으로 파헤쳤다. 하지만 성과는 내지 못했다.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前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구속영장과 체포영장이 각각 2차례씩 기각되는 등 체면만 구겼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 판사 사찰 문건 작성 의혹과 관련해서도 손 보호관과 윤 당선인을 입건했지만, 손 보호관의 건강 문제로 수사가 중단되다시피 했다. 손 보호관은 선거일이 있는 이번 주까지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의료진의 소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달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한 한명숙 모해위증 수사 방해 의혹과 같이 직접 수사에 착수한 옵티머스 사건은 수사가 거의 진행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선거 한 달 전부터 공직선거법에 따라 멈춰왔던 이들 수사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지만, 윤 당선인의 지위를 고려할 때 윤 당선인에 대한 수사는 계속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헌법 제84조에 따라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 외에는 재직 중에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아서다. 공수처는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한다는 입장이지만, 윤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 전에 사건을 무혐의 종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고발 사주와 판사 사찰 의혹 피의자로 입건된 손준성 보호관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가 손 보호관에 대한 추가 수사를 통해 명백한 혐의를 발견할 경우 손 보호관에 대한 기소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 손 보호관을 기소하게 되면 윤 당선인에 대한 공소시효는 재직 기간 중지되기 때문에 임기 후 공수처가 윗선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수도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제대로 된 수사를 통해서만 존재의 의의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공수처에게는 앞으로 2년이 중요하다"면서 "국민의 신뢰를 얻게 되면, 검찰 수사는 공수처에게 맡겨야 한다는 인식이 생길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폐지의 길을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