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한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가 10일 해산했다. 이재명 후보는 "제가 0.7% 득표율을 채우지 못해 패했다"고 말하면서 곳곳에서 눈물이 터졌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해단식은 시작부터 엄숙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행사 시작 전 선대위 소속 의원들은 도열해 이 후보를 맞았다. 퉁퉁 부은 눈으로 당사에 입장한 이 후보는 일일이 모든 의원들과 악수하며 옅게 웃음을 보였고, 의원들은 악수가 끝날 때까지 박수세례를 보냈다.
소회를 밝히는 자리에서 이 후보는 "선대위 상근자를 포함해 여러 의원님들께 참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이재명이 부족해서 패배한 것이지 우리 선대위와 민주당 당원, 지지자 여러분은 지지 않았다"고 위로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은 최선을 다했고 성과를 냈지만 이재명이 부족한 0.7%를 못 채워서 진 것"이라며 "모든 책임은 이 부족한 후보에게 있다"고 자책했다.
이어 "선대위와 민주당 당원, 지지자 여러분은 이재명의 부족함을 탓하시되 이분들에 대해서는 격려해주시고 칭찬해주시기 바란다. 제 진심이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당부의 말도 전했다.
이 후보는 "우리 국민들의 위대함을 언제나 믿는다. 지금 이 선택도 국민들의 집단지성의 발현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부족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지 국민들 판단은 언제나 옳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가 국민을 보살피고 국민의 뜻을 존중하고 역사의 흐름에 순응하고 평가받는 성공한 정부가 되길 진심으로 소망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의 발언이 이어질수록 당사 곳곳에서는 울음소리가 터져나왔다. 끝내 울음을 참으려던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은 이 후보 발언이 끝나자 천장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은 다소 담담하게 소회를 밝혔다.
그는 "날씨는 완연한 봄인데 어쩌면 민주당은 겨울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겠다는 직감을 하고 있다. 동지 여러분의 지혜와 용기로 이겨내달라"고 당부했다.
이 위원장은 "정치 환경은 급변했다. 국민들의 정치적 요구도 많이 변하고 다양해졌다는 점을 이번에 확인했다"며 "이제부터 민주당은 지혜와 결단을 요구받는 일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송영길 당대표는 "국민들께서 그렇게 민주당에 대한 미움이 가시지 않았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이 후보님이 반성하고 모두가 노력했지만 그래도 부족했다"며 "국민의 눈높이에서 겸허한 자세로 실천하는 민주당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서 정권교체를 넘어 정치교체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 식의 제왕적 대통령제 권한에 대한 개편을 하지 않으면 국민 통합이 쉽지 않다는 점을 절감했다"며 "선거 때 약속했던 과제가 민주당에서 계속 추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숙제를 던졌다. 발언을 마칠 때 쯤 송 대표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우상호 총괄본부장은 발언 전부터 눈이 글썽거렸다. 그는 "우리는 패배했지만 우리의 꿈과 비전이 패한 건 아니다"라며 "마지막 유세 때 청계광장에서 모여 국민들과 상록수를 부르면서 느꼈던 열정과 도전의지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승리도 민주당의 역사지만 패배도 민주당의 역사로 기억될 것"이라며 "실무 책임자로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책임을 통감한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우 본부장은 발언 내내 격정을 참지 못했다. 발언 도중도중 쉬기도 하며 감정을 다스리는 모습이었다.
해단식이 끝나고 이 후보는 당사를 떠나면서 실무 당직자들과 감사 인사를 나눴다. 당직자들은 이 후보에게 "수고하셨다"며 위로를 건넸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 후보는 당분간 자택에서 칩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