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치락뒤치락 판세의 '초박빙' 선거 끝에 헌정사상 최소 득표율 차이로 선출된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겐 그 누구보다 '긴 밤'이었다.
10일 오전 첫 출근길로 국립 현충원을 향해 나선 윤 당선인의 얼굴에선 밝은 기운이 느껴졌다. 밤새 힘들었던 승부로 겪었을 마음 고생을 털어냈을 터이다. 윤 당선인은 자택 앞에 운집한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시민들이 건넨 꽃다발을 기분 좋은 듯 받아들었다.
지난 대선은 전날 오후 7시 30분 공개된 출구조사부터 개표 과정까지 그야말로 피를 말리는 접전이었다. 지상파 방송 3사는 윤 당선인이 이 후보를 0.6%p 격차의 '깻잎' 한 장 차이로 이긴다고 전망한 반면, 다른 종합편성채널은 이 후보의 승리를 점쳐 결과적으로 오보 사태를 빚었다.
판세의 반전이 있었던 자정 이후까지 윤 당선인은 집 밖으로 나서지 않았다.
그러다가 새벽 4시쯤 서울 서초동 자택에서 개표 상황을 지켜보던 윤 당선인은 이 후보가 패배를 선언한 직후 자택을 나섰다. 당초 윤 당선인은 자정 무렵 국회 당 개표상황실에 모습을 드러낼 계획이었으나, 출구조사가 초박빙 양상으로 발표되면서 일정도 늦어졌다.
윤 당선인이 등장하자 집 앞에 모여있던 지지자 수백여 명이 "윤석열 대통령"을 연호했다. 이들은 전날 투표가 끝나기도 전인 오후 7시쯤부터 이곳에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현장에는 온몸에 꽃을 두른채 '인간 화환'이 돼 윤 당선인을 응원하는 지지자도 보였다.
윤 당선인은 "밤이 아주 길었다. 여러분들 주무시지도 못하고 나와있는 줄 몰랐다"며 "그동안 응원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건넸다.
아내와 함께 윤 당선인을 축하하러 나왔다는 이모(74)씨는 "정의로운 사회, 젊은이들이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대학생인 이승욱(23)씨는 "지금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싫어하고 남자들은 여자를 싫어하는 모습이 너무 심하다"며 "전 국민을 하나로 화합할 수 있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과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홍준영(15)군은 "코로나19 때문에 많이 망가진 사회와 경제를 보완해서 더 나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후 윤 당선인은 여의도 국회 당 개표상황실로 이동해 당선 소감을 밝혔다. 윤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나라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경청해야 하는지를 배웠다"며 "경쟁은 일단 끝났고 국민과 대한민국이 모두 하나가 돼야한다"고 말했다.
개표상황실을 떠난 윤 당선인은 지지자들이 모인 국민의힘 당사 앞 무대로 향했다. 윤 당선인은 무대에서 특유의 '어퍼컷 세레모니'를 보여주기도 했다.
오전 4시 40분쯤 윤 당선인이 보이자 당사 앞에 모여있던 지지자들은 태극기와 빨간 형광봉을 흔들며 환호했다. '상식' '공정'이 적힌 풍선을 흔들고 애국가를 제창하기도 했다. 한 지지자는 빨간 장미가 담긴 꽃바구니를 윤 당선인에게 전달하려 했으나 경호상의 문제로 제지당하기도 했다.
전날 오후 9시부터 당사 앞에서 개표 상황을 지켜봤다는 60대 채모씨는 "그동안 북한이나 중국에 약한 모습을 보였던 것 같다"며 "앞으로는 자유시장 경제를 인정하고 삶의 질을 높여주는 대통령이 바란다"고 말했다.
여의도에 거주하는 50대 김모씨는 "(윤석열) 대통령께서 공정과 상식을 말씀하셨으니 그 원칙대로 비리와 부조리를 소신대로 타파해야 한다"며 "180석 거대 야당이 걱정된다. 야당인 민주당이 협조를 통해 국정이 원활하게 진행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축하를 받으며 귀가했던 윤 당선인은 오전 10시 30분쯤 출근길을 나섰다. 국립현충원 방문을 시작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윤 당선인이 모습을 보이자 자택 앞에서 기다리던 주민들과 지지자들 수백여 명이 이름을 연호하며 응원의 목소리를 보냈다. 배은영 여자동대표는 윤 당선인에게 꽃다발을 전달했다.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한 윤 당선인은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당선 인사를 하고,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철희 정무수석의 예방을 받았다. 오후 2시에는 선대본부 해단식에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