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정치판 '격랑' 속으로…정계개편 초읽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을 찾아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윤창원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여의도 정가에도 격변이 예상된다.
 
윤 후보의 당선으로 국민의힘이 행정 권력을 탈환했지만 입법부 내 여소야대 구도가 최소 2년 간 지속되기 때문에 거대 야당이 될 더불어민주당과 협치가 불가피한 탓이다.
 
민주당도 대선 패배로 인해 불어올 후폭풍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정권 초 여론의 힘을 받게 될 윤석열 정부와 어디까지 협력하고 어디까지 견제할지를 고려하며 변화에 나설 전망이다.
 

민주당 협조 절실한 국민의힘…인수위·정계개편도 관심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 20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을 찾아 인사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국민의힘은 윤 후보 당선 직후 승리를 자축하는 동시에 자세를 낮췄다. 현안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170석의 과반 정당인 민주당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10일 선거대책본부 해단 직후 시급한 현안 해결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최근 강원도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 재난 복구 대책과 함께 코로나19 손실보상 방안 등 마련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문제는 재난 복구나 손실보상안에는 막대한 정부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민주당과의 협의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윤석열 정부를 뒷받침하는 여당으로서 국민의힘이 먼저 민주당과 관계 재정립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 20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인수위원회 구성도 관건이다. 대선을 엿새 앞두고 윤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야권 후보 단일화를 만들어 낸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인수위원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윤 당선인이 단일화 합의 당시 "인수위원회 구성부터 공동정부 구성까지 함께 협의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합당을 포함한 후속 처리가 본격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안 대표가 이끌고 있는 국민의당과의 합당 문제는 윤 당선인이 직접 주도권을 쥐고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안 대표와 앙숙(怏宿) 관계로 알려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사실상 흡수 합당을 시사하며 안 대표를 견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과의 합당 완료 시기는 오는 6월 지방선거 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에 따라 지방선거 이후 대대적인 정계개편이 추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심 역할은 윤 당선인이 선대위 구성 당시 후보 직속 기구로 설치해 대선 내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정권교체동행위원회'가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정권교체동행위의 전신인 새시대준비위를 이끌었던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는 윤 당선인과 안 대표와의 후보 단일화 협상에도 밀접하게 개입, 상당한 존재감을 보이며 정계개편에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당내 세력이 미약한 윤 당선인이 대선 승리 후 주도권 확보를 위해 정계 개편을 직접 이끌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선 승리를 거뒀지만 여전히 당 장악력이 미약한 윤 당선인인 만큼 민주당 이탈자들을 흡수해 당을 재편하는 작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윤 당선인은 선거 유세 내내 "이재명의 민주당 세력에게 눌려서 기를 펴지 못하는 양식 있는 민주당 정치인들이 있다"며 "나라가 잘되려면 여야의 양식 있는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협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력 확장을 위해 경쟁자인 민주당에 단순히 적대감만 드러내기보다는 원하는 경우 국민의힘으로 오라는 손을 내민 것이다.
 

격랑 불가피한 민주…당 쇄신, 대여 관계 방향에 주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들어서며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윤창원 기자
차기 정부의 연착륙을 위해 준비 중인 국민의힘과 달리 대통령직을 내준 민주당은 격변에 휘말릴 전망이다.
 
우선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총사퇴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 경우 2016년 전당대회에서는 충격의 컷오프, 2018년 전당대회에서는 이해찬 전 대표에게 패해 고배를 마셨던 송영길 당대표는 3수 끝에 어렵게 거머쥔 당권을 채 1년도 유지하지 못한 채 다시 내려놓게 된다.
 
대선 패배로 위기에 빠진 당을 수습할 새로운 리더십을 누가 발휘할지도 미궁에 빠지게 됐다.

당초에는 지난 전당대회에서 3파전 끝에 당권을 송 대표에게 내줬지만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를 일찌감치 도우며 존재감을 끌어올린 우원식 의원과 역시 당권 경쟁자였던 홍영표 의원, 경선에서는 이낙연 전 대표를 도왔지만 이후 이 후보와 화해하며 대선에서 분전한 설훈 의원, 이 후보와 단일화를 해 인수위원장 후보로도 거론된 김동연 전 부총리 등이 하마평에 올랐다.
 
하지만 대선 패배로 인해 새 당대표의 역할이 당과 청와대 사이의 연결고리가 아닌, 당 재건으로 바뀐 탓에 기존 후보군이 아닌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새 지도부 구성 전까지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질 경우 기존 당권 주자들보다는 원외에 있는 원로급 인사가 추대될 가능성이 높다.
 
지방선거 출마자와 원내대표 후보군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이 후보가 당내 주류가 아닌 탓에 당내 지지기반 공고화를 위해 이른바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주요 지자체장 선거에 나설 전망이었지만, 대선 패배로 인해 이들의 입지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이 후보의 경선 승리로 지방선거 경선에서 고전이 예상된 친문 인사들이 다시 적극적으로 도전장을 내밀게 된다면 치열한 경합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안규백, 박완주, 전해철, 박홍근 등 의원들이 거론되고 있는 원내대표 경선도 뚜렷한 선두주자 없는 혼전이 예상된다. 차기 원내대표를 윤석열 정부와 적극적으로 경쟁할 투쟁형으로 선출할지, 아니면 협력과 협치에 무게를 둔 협력형으로 선출할지 민주당 의원들의 노선 선택이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칠 전망이다.
 
이재명 후보의 향후 행보도 주요 관심사다. 대선에서 패배하기는 했지만 10년여에 걸쳐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거치며 민주당의 거물급 정치인으로 성장해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1964년생으로 아직 50대라는 점도 이 후보의 재기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다만 측근으로 불리는 국회의원 수가 친문으로 분류되는 의원수보다 현저히 적어 당내 세력기반이 공고하지 못한 점은 불리한 지점으로 꼽힌다.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에 대한 검찰이나, 특별검사 도입이 합의된다면 진행될 특검의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도 향후 운신의 폭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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