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치락뒤치락 대선 변곡점들…김건희‧법카‧단일화‧이대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팽팽한 접전 끝에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지난해 11월 윤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주자로 확정된 이후 본격 양강 구도를 형성한 두 후보는 '배우자 리스크'와 '야권 후보 단일화' 등 각종 돌발 변수가 터져 나오면서 엎치락뒤치락 박빙 승부를 펼쳤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각각 자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이후 10%포인트 안팎의 초접전 경쟁을 벌여왔다. 이 후보는 30~40%까지 박스권에 머물렀고, 윤 후보는 후보 확정 이후 컨벤션 효과로 40%를 상회하는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두 후보 모두 지지율 급락은 각각 배우자 리스크에서 비롯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판 흔든 배우자 리스크…김건희 허위 이력 vs 김혜경 소고기 '법카' 

김건희씨와 김혜경씨.
윤 후보는 지난해 12월 배우자 김건희씨의 허위 이력 논란이 불거지면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YTN과 오마이뉴스에서 김씨 관련 허위경력 의혹이 제기된 직후, 윤 후보는 당초 "부분적 허위" 등이라고 언급하며 논란에 불을 붙였다. 윤 후보의 몇 차례 사과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잦아들지 않자, 결국 김건희씨가 직접 등판했다.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김건희씨는 지난해 12월 26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를 하며 진화에 성공했다.
 

이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는 상대적으로 공개 활동을 지속하면서 김건희씨에 비해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법인카드 유용 의혹이 제기되며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 후보가 경기지사 재임 시절, 김혜경씨의 사적 업무 등을 보좌한 것으로 알려진 전직 경기도청 별정직 공무원이었던 A씨는 경기도 5급 공무원 배모씨의 지시로 약 대리 처방과 음식 배달 등을 수행했다고 폭로했다. 아울러 비서실 법인카드를 이용해 김씨에게 반찬 등을 전달했다는 이른바 '소고기 법인카드' 의혹도 불거졌다. 논란이 커지자 김씨는 지난달 9일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이 후보 역시 "문제가 드러날 경우 규정에 따라 책임지겠다"며 사과했다.
 

범야권 최대 변수 '후보 단일화'…대선 엿새 앞두고 안철수 품은 윤석열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치고 손을 맞잡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윤창원 기자
야권 내부에선 윤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사이의 '후보 단일화'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결과적으로 극적 합의를 이루며 윤 후보의 승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약 4개월 간 지속된 양측의 줄다리기 속에서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야권 지지자들은 가슴을 졸였다. 야권 후보 단일화 문제는 윤 후보가 국민의힘 공식 후보로 선출되기 나흘 전인 지난해 11월 1월 안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본격 도마에 올랐다. 윤 후보가 지난해 말 배우자 리스크에 이어, 선대위 개편 논란 등이 겹치며 최대 위기에 처하면서 안 후보는 20%대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윤 후보의 '대체재'로 잠시 급부상하기도 했다.
 
지난 1월 6일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선대위 이탈에도 불구하고 윤 후보가 이준석 대표와 극적 합의를 이뤄 위기관리에 성공하면서 안 후보 쪽으로 이동했던 범야권 지지세도 윤 후보에게 돌아왔다. 지리멸렬한 협상이 지속되던 와중에 안 후보는 지난달 13일 윤 후보에게 여론조사 단일화를 제안했지만, 윤 후보는 명확한 답을 하지 않고 시간을 끌었다. 급기야 안 후보는 여론조사 단일화를 제안한 지 일주일 만인 지난달 20일 단일화 결렬을 선언하고 대선 완주 의사를 밝혔다. 사실상 후보 단일화가 무산된 것 아니냐는 기류에 무게가 실렸지만, 마지막 불씨를 살린 주인공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중 한 명인 장제원 의원이었다. 장 의원의 끈질긴 설득 끝에 안 후보는 지난 3일 전격 기자회견을 열고 윤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남녀 갈라치기' 불 붙인 윤석열…이대남‧이대녀 표심 갈려

젠더 갈등 논란도 이번 대선에서 두 후보가 극명한 차이를 보인 부분이다. 이준석 대표가 줄곧 주장해온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윤 후보가 수용하면서 본격 논쟁에 뛰어든 것이다. 지난 1월 초 선대위 개편 당시 윤 후보가 청년 중심으로 선대위를 재구성하겠다고 밝히면서 내놓은 공약 중 하나가 바로 '여가부 폐지'였다. 해당 공약을 SNS에 게재 후 20대 남성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윤 후보는 지지율 급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남녀 갈라치기' 논란에도 불구하고 윤 후보는 이같은 입장을 유지했지만, 대선 후보가 '남녀 갈라치기'에 편승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선거가 막판으로 접어들면서 이 후보는 젠더갈등 이슈를 전면에 내걸고 윤 후보를 압박했다. 특히 n번방 사건을 최초로 공론화한 박지현씨를 선대위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영입한 이 후보는 2030 여심 잡기에 적극 나섰다. '이대남' 표심은 윤 후보에게, '이대녀'는 이 후보에게 쏠릴 것이라는 전망은 실제 투표 결과로 이어졌다. 20대 남성들의 약 60%가 윤 후보를 지지했지만, 20대 여성들의 약 60%는 이 후보를 선택한 것이다. 앞서 최소 5%포인트 이상 격차로 승리할 것이라는 윤 후보 측의 전망이 엇나가게 된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부분이 '이대녀' 표심의 결집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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