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브렌트유 가격은 한 때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했다. 4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3.6% 오른 123.7달러로 마감했다. 2008년 국제금융 위기 이후 최고치다.
러시아는 원유와 석유 관련 상품을 합해 전 세계 최대 수출국이다. 전 세계 하루 공급량의 7%인 700만 배럴을 차지한다. 이 같은 원유 수입 금지 조치는 전례 없는 일로 이미 높은 물가를 더 끌어올리고,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충격을 만들 위험이 있다.
배럴당 200달러 육박하나
JP모건은 러시아산 원유 수출 금지가 계속 이어진다면 국제유가가 올해 말 배럴당 185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스위스 금융그룹 UBS의 지오바니 스타우노보 원자재 애널리스트는 "원자재 공급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전쟁이 장기전으로 이어진다면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50달러 이상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것은 2014년 이후 처음이다. 2008년 7월에는 배럴당 147달러로 치솟아 최고점을 기록했다. 최근 상승세는 2년 전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요가 감소해 WTI가 마이너스까지 내려갔던 점을 생각해보면 엄청나게 가파르다.
다만 로이터가 전문가들의 전망치를 조사한 결과 올 한해 원유 가격은 평균 배럴당 100달러 이하일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 충격 가능성
천연가스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치솟는 에너지 가격으로 미국과 유럽의 물가상승률은 7% 이상을 기록할 수 있고, 가계의 구매력을 끌어내릴 것으로 예상된다.경험적으로 유럽지역에서 원유가격이 10% 상승할 때마다 물가는 0.1~0.2%포인트 올랐다. 지난 1월 1일 이후 브렌트유 가격은 80% 상승했다. 미국에서 유가가 배럴당 10달러씩 뛸 때마다 물가는 0.2%포인트씩 오른다.
러시아는 원유과 가스의 주요 수출국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최대 곡물 및 비료 수출국이자 팔라듐, 니켈, 석탄, 철강 등 원자재의 주요 생산국이다. 따라서 전 세계 산업에 큰 타격은 물론 식량 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전 세계 경제 회복세 '발목' 잡을 듯
러시아산 원유 수출 금지는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막 회복되기 시작한 전 세계 경제 성장을 더디게 만들 전망이다.ECB(유럽중앙은행)의 예비 계산에 따르면 전쟁은 유럽 지역의 성장률을 0.3~0.4%포인트, 최악의 경우에는 1%포인트 감소시킬 수 있다.
러시아의 타격은 즉각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JP모건은 러시아 경제가 고점에서 저점까지 12.5%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신재생에너지 활성화 제동 걸리나?
전 세계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추진에 힘을 쏟고 있지만, 화석연료에 대한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영국 투자회사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의 수산나 스트리터 수석 투자 및 시장 애널리스트는 "화석연료 공급 축소를 회복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추진을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이란과 핵협상이 진전을 눈앞에 두고 있고 고유가로 미국의 셰일 채취가 활성화될 수 있지만, 공급이 러시아산 원유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을 만큼 빠르게 확대되긴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