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페미니즘이라고 하는 것은 휴머니즘의 하나로써, 여성을 인간으로서 존중하는 그런 것을 저는 페미니즘이라고 생각합니다"(2일 대선 후보 토론회 중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발언)
"글쎄요. 페미니즘이라는 건 제가 다시 정리를 드리면, 여성의 성차별과 불평등을 현실로 인정하고 그 불평등과 차별을 시정해나가려는 운동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2일 대선 후보 토론회 중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발언)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시점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페미니스트 발언' 여부를 두고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해당 기사를 보도했던 외신 기자가 직접 윤 후보 측으로부터 받은 답변 내용을 공개했다.
이 자료에서 윤 후보는 "저는 토론회에서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의 하나로써, 성차별과 불평등을 현실로 인정하고 불평등과 차별을 시정해나가려는 운동을 말하는 것이라 생각을 밝혔다"고 답했는데, 이는 윤 후보의 발언이 아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발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8일 워싱턴포스트 기자 미셸 리는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 기사 속 윤 후보의 페미니스트 인용문이 계속 거론이 되고 있기 때문에, (윤 후보) 캠프로부터 받은 서면 질문 전체 답변을 공유하고 싶다"며 해당 내용이 담긴 질문과 답변 전문을 올렸다.
그가 올린 사진 속에는 "Q10. 후보님 정책이 여성을 차별한다는 평가에 대하여 어떻게 보십니까? 후보님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십니까?"라며 워싱턴포스트 측에서 묻는 듯한 질문이 적혀 있다.
이에 대한 답변으로 "답) 페미니즘을 해석하는 방식은 다양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토론회에서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의 하나로써, 성차별과 불평등을 현실로 인정하고 불평등과 차별을 시정해나가려는 운동을 말하는 것이라 생각을 밝혔으며, 그러한 차원에서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합니다"라는 내용이 쓰여 있다.
하지만 윤 후보가 토론회에서 밝혔다는 생각은 사실 이 후보가 했던 발언이다. 지난 2일 중앙선관위 주관 3차 법정 TV토론에서 이 후보는 윤 후보에게 "후보님이 생각하는 페미니즘은 뭐고, 페미니즘이 남녀 교제에 영향을 준다는 생각을 여전히 하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이에 윤 후보는 "저는 페미니즘이라고 하는 것은 휴머니즘의 하나로써, 여성을 인간으로서 존중하는 그런 것을 저는 페미니즘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글쎄요. 페미니즘이라는 건 제가 다시 정리를 드리면, 여성의 성차별과 불평등을 현실로 인정하고 그 불평등과 차별을 시정해나가려는 운동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 때문에 남녀가 못 만나고 저출생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닌 것 같다"고 발언했다.
당시 상황대로라면 윤 후보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이 후보의 견해를 자신의 생각으로 밝힌 셈이 됐다.
또한 국민의힘 선대본부가 이날 오전 '페미니스트 발언' 진위 여부에 대해 "윤 후보의 생각이 잘못 전달된 것"이라며 윤 후보의 서면 인터뷰 '국문 원본'을 공개했는데, 이 자료에는 윤 후보가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밝힌 부분은 없었다.
그러나 미셸 리 기자가 공개한 자료에는 "그런 차원에서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한다"는 내용이 고스란히 포함돼 있어, 국민의힘 측에서 제시한 자료와는 배치되는 부분이 발견되기도 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7일자로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될 사람들'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 기사 인터뷰에서 윤 후보가 "나는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한다"는 발언했다는 내용이 퍼지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여성층 여론에서 불리해지니 윤 후보가 무리수를 두는 것 같다", "자신이 페미니스트라면서 왜 공약은 그렇지 않냐"는 등의 지적이다.
한 누리꾼은 지난 1월 국민의힘 선대본부 소속 하태경 의원이 "페미니즘은 반헌법적 이념"이라고 발언한 것과 이를 비교하며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반헌법적 대통령이 되는 거냐"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 개설한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꿈'에도 "이재명이 페미니스트 선언하면 군인을 비하하는 여성들과 동급으로 보면서, 윤석열이 페미니스트 선언하면 진정 여성을 생각하는 사람인 거냐"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