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민간인들의 무고한 희생이 늘어나고 있다.
유엔 인권사무소는 7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에서 406명의 사망자와 801명의 부상자가 보고됐다고 밝혔다. 사망자 가운데는 어린이 사망자도 27명에 달했다.
인권사무소는 최근 교전이 치열해진 지역에서 사상자 보고가 지연되고 있다며 실제 숫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간인 사상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속전속결로 우크라이나를 제압하려던 계획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서 러시아군이 곳곳에서 무차별 포격을 가하고 있는 사정과 관련이 있다.
영국 BBC는 수도 키이우(키예프)의 외곽도시 이르핀에서 목격된 민간인 고통을 전하면서 러시아군이 체첸, 시리아에서 사용한 무차별 공격 전술을 다시 꺼내 든다고 의심했다.
이르핀에서는 러시아군의 무차별 폭격을 피하려는 행렬이 목격되었는데 인형을 쥔 아이를 유모차에 태운 가족, 아기를 안은 젊은 엄마, 걸음이 느린 고령자 등이 행렬 구성원이었다.
올렉산데르 마르쿠신 이르핀 시장은 "러시아 침략자들이 우리 지역 민간인들을 쐈다"며 "포탄, 지뢰 때문에 눈앞에서 어린이 2명, 성인 2명이 숨졌다"고 말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우크라이나 일가족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이례적으로 1면에 게재해 우크라이나인들이 직면한 현실을 전세계에 전했다.
민간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공중 폭격이 증가하고, 민간인 피해가 늘면서 서방이 더 직접적인 인명 구조에 나서야 한다는 압박도 커지고 있다.
공중 폭격을 막기 위해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비행금지구역을 공표해야 하지만 미국과 나토는 더 큰 전쟁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현재 이 카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비행금지구역 선포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줄기차게 요구하는 사안이다. 그는 이날 ABC와의 화상 인터뷰에서도 미국과 서방을 향해 우크라이나 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하고 전투기를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국 시간으로 8일 새벽까지 진행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3차 협상은 성과없이 끝났다. 이날 양측이 유일하게 합의한 내용은 인도주의 통로를 통해 민간인을 대피시킨다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에서 인도주의적 작전을 맡고 있는 러시아 국방부 관계자는 "8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오후 4시)부터 러시아는 '침묵 체제'를 선포하고 인도주의적 통로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대피 지역에는 키이우와 제2의 도시 하르키우(하리코프), 마리우폴, 수미 등이 포함됐다.
양측은 앞선 2차 회담에서도 민간인 대피에 합의했으나 5일과 6일에 격전지인 마리우폴과 볼노바하 주민들은 휴전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탈출에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