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이제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역대 최악의 대선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이번 대선은 그야말로 혐오와 증오가 넘실대는 선거였다. 윤석열 후보가 대선 판에 처음 등장했을 때는 배우자 김건희씨에 대한 갖가지 추잡한 의혹들이 제기되기 시작하더니, 선거운동이 본격화하기 시작해서는 시작도 '대장동' 끝도 '대장동'이었다.
이런 네거티브 선거운동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야권의 대선후보가 되면서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윤 후보 자신이 대의명분보다는 분명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자신이 몸담았던 문재인 정부를 박차고 나와 정치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 폐지, 성폭력 방지법에 무고죄 신설, 구조적 성차별 발언 등 젊은 남성 유권자를 겨냥한 선동적인 선거전략을 끊임없이 활용했다.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를 연상시키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민주당 역시 이런 네거티브 선거운동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민주당 선대위의 한 인사가 윤석열 후보를 본 뜬 인형을 만들어 저주를 퍼붓고 팔,다리를 잘라내는 끔찍한 주술행위를 하는가하면, 윤 후보 배우자에 대한 인신공격도 거칠게 이뤄졌다.
선거판의 과열은 결국 폭력사태까지 불러왔다. 진보 성향의 유튜버로 알려진 70대 노인이 선거운동 중인 송영길 민주당 대표에게 망치를 휘두르는 사건이 터졌다. 다행히 큰 부상을 입지 않은 송 대표가 선거운동에 복귀하겠다고 밝혔지만, 자칫하면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 있는 끔찍한 테러행위가 벌어진 것이다.
지금처럼 과열된 선거상황을 고려하면 대선 이후의 후유증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 이후 국회운영이나 국민의 힘과 국민의 당의 합당, 지방자치제 선거 등 대선 이후 놓여있는 정치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더구나 깊어질 대로 깊어진 세대간, 젠더간의 갈등도 어떻게 풀어야 할지 큰 걱정이다.
선거관리위원회의 부실한 선거관리는 이런 우려에 기름을 끼얹었다. 하루에도 수십만 명씩 쏟아지는 코로나 확진자 투표에 대한 철저한 대비 없이 사전투표를 진행하면서 쓸데없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갈등만 부추기는 사태를 빚고 말았다.
지난 1월 미국 민주주의 상징인 국회의사당에 트럼프 지지자들이 난입했다. 바이든의 대선 승리를 인준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려던 미 의원들은 과격한 시위대에 의해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의 거센 위협에 직면했다.
아수라장이 된 미 의회의 처참한 모습은 혐오의 정치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혐오의 정치를 만들어낸 것은 정권의 실책이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하지만 실망한 유권자들의 마음에 증오와 갈등을 부추기지 않았다면 의사당 난입 같은 민주주의의 파괴 행위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증오를 정치적 무기로 삼는 것은 가장 질 낮은 정치행태다.
누가 정권을 잡던 이 갈등과 혐오를 어떻게 순화할 것인지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유권자들 역시 어떤 결과가 나오던 그것을 수용하려는 마음가짐이 절실히 필요하다. 상처를 더 악화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혐오와 갈등, 선동의 정치가 '나치'라는 인류 최악의 괴물을 만들어낸 역사를 우리는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