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부는 이날 정부령을 통해 자국과 자국 기업, 그리고 러시아인 등에 비우호적 행동을 한 국가와 지역 목록을 발표했고, 해당 목록에는 한국이 포함됐다.
목록에 포함된 국가는 우크라이나는 물론 한국,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회원국, 호주, 일본, 캐나다, 뉴질랜드, 노르웨이, 싱가포르, 대만 등이다. 모두 미국 주도의 대러시아 제재에 참여한 국가들이다.
러시아는 비우호국가 목록에 포함된 국가에 대한 첫 조치로 경제제재를 실시했다. 러시아는 이날 정부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 5일 서명한 '일부 외국 채권자에 대한 한시적 의무 이행 절차에 관한 대통령령'의 범위 안의 조치라고 밝혔다.
해당 대통령령은 비우호국가 목록에 포함된 외국 채권자에 대해 외화 채무가 있는 러시아 정부나 기업, 지방정부, 개인 등은 해당 채무를 루블화로 상환할 수 있도록 했다.
채무자는 러시아 중앙은행 환율에 따른 외화 채무액의 루블화 환산액을 송금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으며, 해당 규정은 월 1천만 루블(한화 8850만원)이 넘는 채무 상환에 적용된다.
따라서 러시아 현지에 진출한 기업이나 러시아에 제품을 수출한 기업 등이 영업활동에 제한을 받는 것은 물론 수출 대금을 떼일 수도 있는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등 우리 기업 40여개가 러시아에 진출해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러시아 시장에서 스마트폰과 TV 점유율 1위 기업이며, LG전자 역시 생활가전 부문에서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또, 현대차는 연간 23만대의 자동차를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다.
동시에 이번 조치는 러시아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을 앞두고 핑곗거리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JP모건에 따르면 러시아는 오는 16일까지 달러 표시 채권에 대해 1억 700만 달러의 이자를 지급해야 하지만 국제사회의 금융규제로 이자 상환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후에도 여러 채무에 대한 원금과 이자 상환이 줄줄이 예정돼 있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극적으로 해결돼 제재가 풀리지 않는 이상 러시아의 디폴트 선언은 예정된 수순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러시아 재무부는 지난 6일 발표한 성명에서 "러시아 비거주자에 대한 국채 상환은 서방이 러시아에 부과한 제재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이는 추후 러시아가 채무 상환을 거부하는 것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실행해 옮긴 미국과 EU 등 서방의 탓이라는 책임 떠넘기기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