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쟁의 원인을 어느 한쪽을 단순히 '악마화'하는 논의를 넘어서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이번 사태로 세계 각국의 경제·군사적 경쟁이 심화될 것에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7일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열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함의와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영향' 토론회에서 이같은 주장이 제기됐다.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외대 동유럽발칸연구소 김신규 전임연구원은 "'무조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상하다. 러시아가 원래 호전적인 국가라서 전쟁을 일으켰다'라는 논의에만 집중하는 것은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와 유럽연합(EU) 가입 선언이 있었다"며 "분명히 우리가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막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외대 러시아연구소 황성우 교수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물론 푸틴의 침공으로 무고한 민간인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점에서 잘못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단순히 '푸틴=히틀러'라는 식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도움이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는 이미 오래전부터 서방세력의 동진에 대해 우려를 보였다"며 "특히 우크라이나는 최전선으로 나토 가입에 극구 반대해왔는데,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나토 가입을 명명했다"며 이번 사태의 배경을 분석했다.
황 교수는 이번 사태가 한국 경제에 끼칠 악영향을 우려했다. 황 교수는 "항상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가 들어갔을때 피해보는 것은 루마니아 등 주변의 약소국이었다"며 "국제유가가 올라가면서 한국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한국과 무역량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방시설본부 서원희 사무관은 "유럽은 천연가스 대러 의존도를 줄이는 움직임을 보인다"며 "한국도 에너지 패권 변화에 대비를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전쟁으로 인해 세계 각국의 군비 경쟁이 격화하면서 한반도에 군사·안보적 위협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중국과 북한 등 한반도 인근 국가들도 이번 사태에서 미국이 러시아에 취하는 조치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숙명여대 홍규덕 교수는 "러시아에 대해 서방 국가는 효과적인 억지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는 미국과 서방 국가들에 전략적 과제를 안겨줬다"며 "결국 각국의 군비경쟁 강화와 치열한 기술력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 북한이 이 전쟁을 주시하고 있다"며 "중국은 이번 사태를 보며 대만을 먼저 생각할 것이 자명하다. 대만이 미국과의 협력 관계를 더욱 격상하고자 할 때 중국이 러시아식 해결책을 들고 나와 대만 영토 주변부의 섬들부터 공략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홍 교수는 "북한도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의 군사적 기습 점거를 무력으로 반격하지 못했다는 사실과 러시아가 상대방 영토를 기습 점거한 후 군사적 압박을 풀어주는 대신 더 많은 양보를 미국으로부터 얻어낼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매료될 수도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