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프리다'는 프리다 칼로의 인생 이야기를 한 편의 쇼처럼 풀어낸다. '척수성 소아마비'가 찾아온 6살부터 하굣길 교통사고로 온몸의 뼈가 으스러진 18살, 21살 연상의 민중화가 디에고 리베라와 사랑하고 이별하는 순간까지, 인생의 변곡점마다 프리다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 되짚는다.
프리다의 쇼에는 3명(레플레하·데스티노·메모리아)의 수호신이 함께 한다. 레플레하는 쇼 진행자와 디에고 리베라, 데스티노는 프라다에게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 메모리아는 프리다의 어린 시절과 평행우주 속 또다른 프리다를 연기한다.
실제 프리다 칼로의 삶은 고통과 슬픔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무대 위 프리다의 삶은 그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뜨거웠다. 고통에 굴복하지 않고 이를 승화한 인간만이 갖는 당당함과 에너지가 오롯했다.
고통 속에서 삶의 환희를 찾는 프리다의 강인함을 돋보이게 하는 건 넘버(음악)다. 서막을 여는 '라비다'부터 '코르셋', '디에고', 마지막을 장식하는 '비바 라 비다'까지 리듬과 장르는 제각각이지만 마치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넘버 하나 하나가 합쳐져 프리다의 드라마를 완성한다.
최근 프레스콜에서 최정원은 "연민과 동정에서 시작했지만 연기할수록 프리다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때론 사랑스럽고 때론 강하고 때론 처절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무대에서 표현할 수 있어 프리다로 사는 내가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같은 장면에서 배우에 따라 서로 다른 장기를 선보이는 것도 이 공연의 묘미다. 나란히 레플레하 역을 맡은 전수미는 신나는 탭댄스, 리사는 리드미컬한 스캣으로 객석의 흥을 돋운다.
47세에 생을 마감한 프리다 칼로가 남긴 유작은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인생이여, 만세)다. 프리다는 피를 흘리는 것같은 고통을 겪었지만 자신의 인생이 달콤했다는 것을 증명하듯 수박 속에 '비바 라 비다'라는 문구를 새겨넣었다.
무대 위에서 '비비 라 비다' 작품이 영상으로 비춰지는 가운데 프리다는 담담히 말한다. "이제 외출을 떠납니다. 이 외출은 행복할 겁니다. 그리고 다신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공연장 로비에서는 '프리다' 오마주 기획전을 볼 수 있다. 가수 김완선, '레플레하 역의 리사 등 11명의 예술가가 그린 작품을 전시하며 참여작은 NFT로 한정 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