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막판 수도권 현장 유세에서 부동산 대책과 노동조합 등을 겨냥해 연일 거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초박빙 승부가 예상되면서 지지 기반인 보수층을 자극해 결집을 유도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수도권 '부동산 민심' 노린 尹…"文 정부, 일부러 집값 올렸다"
윤 후보는 전날에 이어 7일에도 수도권 집중 유세를 이어가며 '부동산 민심'을 집중 공략했다. 현 정부 들어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폭등하면서 민심 이반이 커졌다는 점을 감안해 '부동산 음모론'을 적극 제기한 것이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경기 하남시 유세에서 "민주당 정권이 부동산 정책을 28번이나 바꿨는데, 사람이 아무리 머리가 나빠도 28번 실수를 할 수 있겠냐"며 "이건 자가 보유자가 많아지면 사람들이 보수화되기 때문에 민주당을 안 찍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장에 집을 공급하지 않고 민간이 주택을 짓기 어렵게 한 것"이라고 했다. 경기 안산시 유세에서도 "이 사람들(민주당)의 부동산 정책 출발점은 국민들이 자기 집을 갖게 되면 보수화되기 때문에 민주당 지지층에서 이탈한다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앞서 전날 서울 강동구와 중구, 경기 의정부시 유세 등에서도 "현 정부가 집권 연장을 위해 일부러 집값을 올렸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윤 후보의 이같은 주장은 현 정권에서 부동산 정책 총괄을 맡았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저서 '부동산은 끝났다'에서 언급된 내용을 근거로 삼고 있다. 실제로 해당 저서에는 "집을 가진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은 투표성향에도 차이를 보인다. 자가 소유자는 보수적인 투표 성향을 보이며, 그렇지 않은 경우는 진보적인 성향이 있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자가 주택 보유에 따른 투표 성향이 변한다는 학술적 진단을, 현 정부가 집권을 위해 부동산 폭등을 의도했다고 연결시키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윤 후보 캠프 내부에서도 나온다.
윤 후보 선대본부 소속 한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현 정부가 부동산 급등 문제로 무너지게 생겼는데 이걸 의도했다는 건 솔직히 말이 안 되는 소리"라며 "오히려 시장경제의 성격을 잘 모르고 무조건 규제만 내지르다가 정책적인 실패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윤 후보의 주장이 음모론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지만, 부동산 급등 사태로 인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심판 심리가 분출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략적으로는 선거에는 효과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또 다른 선대본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부동산 문제는 현재 집을 갖고 있는 사람도, 없는 사람도 모두 불만인 상태"라며 "어떤 방식이든 부동산을 때리면 현장에선 먹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멍청한 짓" "친여 매체, 정권 하수인"…보수층 결집 유도
윤 후보와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두고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선후보라는 지적이 돌면서 유권자들의 적극 투표 심리가 낮아질 우려가 커진 가운데 지지층 결집을 노린 전략으로 선회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선거 막판으로 돌입하면서 양당 후보 간 초박빙 구도가 이어지자 부동산, 노동조합, 안보 등 자극적인 소재를 전면에 내세워 우위를 점하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윤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중순에 비해 더 거친 언어를 동원해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날 유세에선 "지금은 대통령이나 정부가 그저 멍청한 짓만 하지 않고 정직하면 된다", "부정부패는 경제 발전에 독약이다. 이 후보를 보면 내가 한국에 있나, 아프리카에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돼먹지 못한 머슴을 갈아치워야 한다. 조선 시대 같으면 곤장도 쳤다" 등 격한 표현을 사용해 이 후보와 현 정권을 겨냥했다.
언론과 노조 등을 향해선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윤 후보는 이날 안산시 유세에서 코로나19 손실보상 관련 여야의 추가경정예산안 협상에 대해 "친여 매체를 장악한 민주당은 우리 당이 방해해서 보상을 못해줬다고 온갖 거짓말을 했다"며 "친여 매체 언론인으로 입사한 사람들이 이 정권 하수인 짓을 하러 들어온 건가. 자존심이 상해도 (회사에서) 시키는데 어떻게 하겠냐"고 지적했다. 전날에도 "대한민국 언론인들도 각성해야 된다"며 "정치개혁에 앞서 (언론도) 먼저 뜯어고쳐야 된다. 말도 안 되는 허위보도를 일삼고, 국민을 거짓공작으로 세뇌하고 있다"고 했다. 노조에 대해선 "노동자의 4%만 대변하는 강성 노조를 전위대로 내세워 이들과 동맹을 맺고 집권연장을 시도하고 있다"며 "수 틀리면 뭐 민중궐기다 해서 광화문 바닥에 나와서 폭력적 시위를 일삼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언론단체 6곳은 이날 오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력 반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등은 회견에서 "언론노조를 '뜯어 고치겠다'는 말은 집권 즉시 공영방송을 비롯한 공영언론에 또 다시 피바람을 일으키겠다는 노골적 협박"이라며 "집권도 하기 전에 오만한 협박을 일삼는 자는 민주공화국 대통령 후보 자격을 이미 상실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대선 투표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통상 투표율이 높아지면 진보 진영에 유리한 구도로 해석됐지만, 정권교체 여론이 꾸준히 과반을 유지하고 있어 투표율 상승이 윤 후보에게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선대본부 공보팀 관계자는 통화에서 "사전투표가 반영돼 최종적인 투표율이 높아질수록 윤 후보에게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지금은 정권교체 여론이 크기 때문에 투표율이 높아지면 결국 그 민심이 반영되는 비율이 높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