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 투표의 부실 관리 논란으로 인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때리기에 동참하면서도 자칫 엉뚱한 불똥이 튀지 않을까 조심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유권자 1/3 이상이 사전투표…여야 모두 고무 속 '동상이몽'
지난 4~5일 진행된 이번 사전투표의 투표율이 36.93%라는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하면서 여야 모두 '긍정 회로'를 작동시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간 후보 단일화에 대한 거부감과 유능한 경제대통령 선출을 위한 열망이 높은 투표율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안 후보를 지지하며 변화를 원했던 중도층이 보수 후보와의 단일화에 반발하면서 안 후보 지지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 지지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은 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원래 후보 단일화를 하게 되면 그 후보의 지지층이 결집하고 부동층까지 올라타면서 상당한 차이로 두 후보 간의 격차를 벌어지게 하는 것이 목적일 텐데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나타나고 있지 않다"며 "막판에 최대 변수로 등장했던 후보 단일화 문제가 오히려 역풍이 불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미 단일화의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고 있으며 이런 부분이 충분히 높은 사전투표율에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특히 과거와 달리 선거의 지형이 다변화된 만큼 단순히 '높은 투표율 = 진보진영 유리'와 같은 공식이 성립하지 않는다며 충분히 앞서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전투표율이 높았다는 것으로 판세를 분석하긴 이른 것 같다"면서도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우리가 이겨왔다는 얘기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선관위 '사과'에도 여야 거센 질타 나섰지만 '선'은 안 넘으려
민주당에서는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은 "최고의 역량을 자랑하던 대한민국 선관위가 맞느냐"고 비판했고, 송영길 대표도 "여전히 선관위원장을 비롯한 책임자들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도 권 총괄선대본부장이 "민의를 왜곡하고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선관위의 관리 부실에 대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데 이어, 원희룡 정책본부장도 "현장 관리 상황이 너무나 무능하고 부실했다"며 강력한 사후 추궁을 예고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민주당 소속 서영교 위원장, 백혜련 의원, 이해식 의원과 국민의힘 소속 박완수 간사, 이영 의원은 중앙선관위 박찬진 사무총장을 불러 사전투표 부실 관련 중앙선관위 현안보고까지 받았다.
다만 자칫 이러한 비판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을 우려한 나머지 지나치게 수위가 높은 공격은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여당인 민주당으로서는 선관위에 대한 공격이 자칫 정부·여당 전체에 대한 책임론으로 번질 경우 대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부실한 대응에 대한 원인 규명과 책임을 묻는 일은 당연히 있어야겠지만 아직 이번 사태의 현황을 파악하지도 않은 채 '일단 책임자부터 물러나라'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선관위가 7일 긴급위원회를 소집한다고 하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또한 선관위 무능론이 커져서 '부정 선거'로까지 흘러가게 되면 아직 당내에 소수 남아있는 부정선거론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게 되는 부작용을 겪게 될까 우려해 애써 선을 긋고 있다.
국민의힘 선대본 관계자는 통화에서 "선거관리의 총책임을 맡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과 현재 선관위 고위 인사들이 부실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고, 이 부분은 집요하게 파고들 생각"이라면서도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 보수층 일부에서 말하는 부정선거는 말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與 부동층 겨냥한 '인물론' vs 野 투표율 독려하며 '정권교체론' 부채질
이미 거대 양당의 지지층이 결집할 만큼 결집했기 때문에 정당 간 호불호가 있는 전략 지역을 다시 순회하기 보다는 인구밀도가 높고 아직도 뽑을 후보를 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많은 수도권의 중도 표심에 한 번이라도 더 지지를 호소한다는 것이다.
정권교체 여론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지만 차츰 그 강도가 낮아지고 있는 데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경제, 민생 등 정책적인 역량 평가에서는 이 후보가 앞서고 있는 만큼 다른 부분을 과감히 생략하고 '인물론 부각'에 집중할 계획이다.
우 총괄선대본부장은 "남은 기간 이재명 선대위는 인물 차별화, 인물 구도로 막판에 집중한다고 다시 정리했다"며 "유능 대 무능, 준비된 후보 대 준비 안 된 후보, 경제와 민생을 누가 더 잘 할 수 있나, 안정감 있는 후보 대 불안한 후보, 이렇게 4개 분야로 인물 차별화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여당 심판론에 근거한 '정권심판론'에서 주요 동력을 얻고 있는 국민의힘은 마지막까지 문재인 정부의 실정으르 강조하며 분노한 민심이 최대한 투표장으로 나오도록 할 계획이다.
수도권에서는 현 정부의 부동산 실정을, 지방에서는 불균형 발전을 강조하며 어떻게든 정권을 교체해야 하지 않겠냐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키고 있다. 여기에 최근 불거진 사전투표 부실 관리도 적극 활용해 정부·여당 책임론을 부각시키려 준비 중이다.
다만 '깜깜이' 국면 전에 발표된 막판 여론조사들과 자체 조사 결과 이 후보에 앞서고 있다는 판단 아래, 실수를 줄이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로 여기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는 "사전 투표가 이렇게 논란이 된 만큼 보수층을 향해 '본 투표에 더 참여해주셔야 한다'는 논리를 강조하면서 정권교체 찬성표로 최종 투표율을 80%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며 "박빙 상황을 고려해 남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이른바 '몸조심', 즉 무리수를 던지지 않고 관리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