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찾아간 강원 동해시 묵호동 일대. 펜션과 주택 곳곳이 불에 타 뼈대만 남으면서 마치 폭격을 맞은 전쟁터를 방불게 했다. 불에 탄 펜션은 이날 오전까지도 소방차를 동원해 잔불 정리를 하고 있었다.
지난 5일 새벽 강릉에서부터 확산한 산불이 동해로 넘어 오면서 날아든 불씨에 이 동네에서만 8동이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주택과 펜션, 상가 등 곳곳에서 건물이 불에 타자 주민들은 양동이와 바가지 등을 동원해 대응했지만 화마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주민 최모(60)씨는 "아버지, 어머니 두분이 살고 계신데 인근 동네에는 대피하라는 재난 문자가 와 혹시나 해서 모시러 왔는데, 바로 앞 집이 불에 타고 있어 긴급하게 피신을 시켰다"며 "우리집까지 번지지 않게 하려고 호수로 물을 뿌리고 하다가 소방관들이 빨리 피하라고 해서 대피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최씨의 아내(57)는 "산불이 근접한 곳이 다소 떨어져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불씨가 이곳까지 날아왔는지 모르겠다"며 "상상 이상으로 멀리 날아다니는 불씨에 주택가까지 이렇게 초토화된 것은 처음 봤다. 주택가도 안심지역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산불이 도심 속 주택가와 묵호항 인근까지 번지면서 동시다발적으로 주택과 상가 등에 불이 붙고, 삽시간에 엄청난 양의 연기가 뿜어져 나오면서 도시 전체가 아수라장이 됐다. 도심 전체가 매케한 연기와 재로 뒤덮여 시민들은 시야 확보에 어려움을 호소했고, 도로는 도심을 빠져나가려는 차들이 몰리면서 주차장으로 변하기도 했다.
주민 이정화(50)씨는 "시내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하고 있지만 산불로 이렇게까지 연기가 자욱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며 "걸어다니면서 숨쉬기가 힘들 정도로 연기가 매케했고, 가게 안에 있는데도 연기가 들어왔고 밤까지 기침을 계속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강수연(42)씨는 "집에서 가까운 야산에 불길이 솟아 오르는 것이 보여 무서운 마음에 일단 몸부터 피했다. 산불이 이렇게 주택가 가까운 곳까지 번진 것은 처음인 것 같다"며 "한 사람의 잘못으로 지금 두 도시가 너무 많은 큰 피해를 입다 보니까 화가난다"고 분노했다.
산림 당국은 헬기와 인력을 총동원해 이틀째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건조한 날씨에 바람까지 강하게 불어 큰 불길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