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3시 강원 동해 북평여자고등학교 체육관에는 동해 산불로 대피한 주민 200여명이 모여 있었다. 이날 새벽 발생한 강원도 강릉 옥계 산불이 인접한 동해시로 확산하면서 주민 대피령이 내려진 것.
남선매 (42)씨는 "남편이 소방관이어서 새벽 3시에 긴급 출근을 한 상황이고, 지금 어린 아이들과 시어머니를 어떻게 보호해야할 지 걱정이다. 이미 동해 공설운동장 대피소는 사람들이 많아 들어갈 수 없다고 해 이곳으로 왔다. 가족들과 중요한 약만 챙겨 나왔는데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 지 불안하고 초조하다"고 말했다.
묵호항 인근 주민 이경란 씨는 평온한 삶을 앗아간 화마에 망연자실했다.
"아침밥 먹고 정리하고 있는데 윗 집 아줌마가 불이 났다고 소리쳐 밖에 나와 보니 앞 산에 불이 붙었고 집 창고는 이미 불타고 있었다. 불을 꺼보려고 수도를 틀었는데 물도 잘 안나오고, 옆을 보니 집 앞 밭도 이미 불이 붙어 타고 있었다"며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치매 등 중증을 앓아온 한 요양원 노인 50여명은 체육관 한쪽에 가림막을 한 채 차가운 바닥에 불편한 몸을 누이거나 휠체어에 기대어 불이 꺼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요양원 관계자는 "오전에 묵호고등학교로 대피했다가 그 학교 인근까지 불이 내려와 또 다시 이곳으로 왔다. 때마다 기저귀도 갈아야 하고 식사도 제대로 챙겨 드려야 하는데, 정상적인 역할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후가 되면서 산불은 주거 밀집지역까지 확산해 망상, 부곡, 발한, 묵호, 동호동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대피소로 지정된 망상컨벤션센터와 국민체육센터, 북평여고 체육관, 동해시 체육관 등지에 몸을 피한 500여명 주민들은 안전한 귀가와 피해가 없기만을 바라고 있다.
동해까지 번진 강릉 옥계면 남양리 산불은 인근 주민의 자택 방화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은 불을 낸 60대 A씨를 붙잡아 정확한 범행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