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막 내린 '싱어게인', 시즌 3로 돌아올까

지난 3일 오후, JTBC '싱어게인2' 제작진 화상 인터뷰가 열렸다. 왼쪽부터 채성욱 PD, 윤현준 CP. JTBC 제공
다시 한번 노래하고 싶은 이들을 무대로 소환한 '싱어게인'에는 한 소절만 나와도 금방 알아챌 수 있는 히트곡을 보유했거나, 이름을 말했을 때 바로 인지할 수 있는 가수가 시즌 1부터 나왔다. 소냐, 유미, 이미쉘, 자전거 탄 풍경, 하진 등이 대표적이다. 시즌 2에도 김현성, 리사, 리아, 모세, 울랄라세션, 조현영, 한동근까지 '유명 가수'들이 적지 않게 출연했다. 특히 지난 2018년 음주운전 사실이 적발돼 물의를 빚은 한동근의 출연이 도마 위에 올랐다.

뛰어난 실력과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노래할 기회를 주는 방식, 자극적이고 신랄하기보다는 공감에 초점을 둔 심사평 등이 어우러져 '착한 오디션'으로 꼽혔던 '싱어게인'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출연자가 나온다는 것에 모순을 느끼는 시청자들이 있었다. 지적과 질타가 뒤따랐다.

지난 3일 오후 열린 '싱어게인2' 윤현준 CP-채성욱 PD의 화상 인터뷰에서 제작진은 시즌 2 방송 중 불거진 여러 논란에 관해 피하지 않고 답했다. '무명가수전'이라는 이름을 달고 왜 이렇게 많은 '유명 가수'가 나오는지도 이야기했다.

일문일답 이어서.

▶ 기억에 남는 참가자들의 무대가 있는지.

채성욱 PD : 4라운드 패자부활전의 김소연씨 무대(* 김소연은 당시 유재하의 '가리워진 길'을 불렀다). 거기서 엄청 좋은 무대 선보였지만 죽음의 조에 들어가 있어 대진운이 안 좋아 패자부활전으로 갔다. 그때 무대가 잠깐 멈췄고 방송에도 나왔다. 가사를 잊었든지 감정이 올라왔든지 그것까진 물어보지 않았는데 다른 참가자들도 마찬가지지만 다 응원하고 있었다. '계속 이어서 했으면 좋겠다'고. 실제로는 몇 초 안 됐지만 저는 길게 느껴지더라. 그걸 이겨내고 하이라이트 시작하는 순간에 제작진 입장으로서 되게 소름 돋았고, 마지막까지 노래 잘 불러줘서 살아남아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되게 감회가 남달랐다.

윤현준 CP : 윤성씨가 '창밖의 여자'로 기립박수 받은 다음에 했던 무대가 있다. 그게 김소연씨라는 사람의 드라마 시작이어서 기억에 남는 것 같다. 노래로는 여러분이 천만 뷰 봐주셨던 김기태씨의 김광석씨 무대('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가 개인 취향이었다.

▶ 심사위원단의 활약상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달라.

윤현준 CP : 뭐 하나가 기억에 남는다기보다 김이나 심사위원은 약간 신기가 있나 했다. (웃음) 김소연씨도 울고 했지만, 그런 게 많았다. 가사를 쓰는 사람,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노래만 평가하는 게 아니라 어떤 생각으로 어떤 음악을 하는지, 왜 이런 음악이 나왔는지 캐치하는 능력이 정말 대단하다. 규현씨는 심사평 같지 않게 심사평을 하니까 시즌 2에서 젊은 심사위원으로서 심사평의 일가를 이룬 느낌이 든다. 방송엔 안 나갔는데 이선희 심사위원이 약간 눈물을 흘린 적이 있어서 왜 그랬냐고 하니 "아, 노래가 뭔지"라고 하시더라. 이 음악이 뭐라고 이렇게까지 다들 열심히 도전하나… '싱어게인'의 느낌이랄까. 노래가 뭐라고, 음악이 뭐라고 이렇게 열심히들 하나 하는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채성욱 PD : 너무 심사평들을 잘해주셔서 어느 하나가 기억에 남거나 하지는 않지만 이해리씨는 리액션이 너무나 솔직하시다. 이해리씨가 심사평 대신 표정으로 심사평 해준다는 반응이 기억에 남는다.

윗줄 왼쪽부터 선미, 이선희, 송민호. 두 번째 줄 왼쪽부터 유희열, 이승기, 김이나. 마지막 줄 왼쪽부터 규현, 윤도현, 이해리. '싱어게인2'는 이승기가 MC를 보고 주니어와 시니어로 나뉜 8인의 심사위원이 심사했다. JTBC 제공
​​​​▶ '무명가수전'인데 유명 가수도 많이 나와서 의아해하는 반응도 있는데.

채성욱 PD : '무명가수전'이라는 게 흔히 말하는 것(무명)도 있지만, 이름을 버리고 번호로만 오디션에 참가한다는 의미도 있는 거다. 지금 잊혀졌거나 기회를 잃어버린 무명가수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는 거라서 어느 정도 명성 있는 사람은 자기 이름을 버리는 것에 도전하는 셈이다.

윤현준 CP : 중요한 화두여서 추가로 말하자면 이런 거다. '무명가수전인데 왜 유명한 사람들 나와?' 하는 질문을 많이 하시는 것 같은데, 누차 설명드렸듯이 '무명가수전'은 중의적인 측면이 있다. 이름 안 알려진 가수도 있고, 유명도 상관없이 이름 버리고 번호를 달아 공정하게 싸운다는 의미도 있다. 자기 앨범(음악)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참가 가능하다. 그래서 신청했는데 예심에서 '너는 유명하니까 감점이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공정한 잣대를 가져야 한다. 모두 다 자기 이유가 있어서 나오는 건데, 저희가 봤을 땐 유명하다 하면서 탈락시킬 순 없다. 그게 '싱어게인'의 기획의도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한다. '무명가수전'은 무명인 사람 플러스 내 이름 버리고 (출연하다가) 톱10에 가면 이름을 다시 찾는다는 중의적인 의미다. 아무리 설명해도 의구심 가지는 분들이 있고 (이 부분이) 딜레마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이 딜레마가 '싱어게인'을 끌어가는 힘이기도 하지 않나 싶다.

▶ 한동근 출연이나 참가자 통편집 등이 논란이 됐다.

채성욱 PD : 방송 분량과 회차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거고, 저희도 항상 무명가수분들의 무대를 다 내고 싶지만 시즌 1 때도 통편집이 많았다. 이걸 어떻게 하면 시청자분들에게 소개할 수 있을까 해서 '싱어게인 전체공개'라는 채널을 만들었고, 이걸 통해서라도 미처 방송에 나가지 못했거나 짧게 나갔거나 하는 걸 소개할 창구를 만들어서 최대한 내보내고 있다. 어쩔 수 없는 방송 분량상 못 나가는 거라서 안타깝게 생각한다.

윤현준 CP : 자막이 조금 물의를 일으켰다면 잘 걸러내지 못한 저희에게 책임이 있는 거다. 항상 노력하겠다. 통편집은 있을 수밖에 없다. 다음 시즌 한다면 조금이라도 더 낼 방안이 있는지 노력하겠다.

한동근씨와 관련 논란은… '3년 전에 음주운전을 했기 때문에 출연 안 돼요'라고 말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부터 따져봐야 하는 문제인 거다. 합당한 처벌을 받고 대가를 치렀고 (그래서) 어떤 걸 했을 때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건 아니었다. (한동근 출연은) 어떤 면에서는 저희의 정무적 판단이 필요했겠지만, 저희는 항상 그 기준을 세울 수밖에 없고 그거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비판하는 분들도, 응원해주는 분들도 있는데 다 달게 받아야 할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2018년 음주운전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은 한동근은 '싱어게인2'에 30호 가수로 출연했다. 그의 출연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오갔다. JTBC 제공
▶ 잊힌 가수에게 노래할 자리를 마련하려고 했던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윤현준 CP : 제가 '슈가맨'이라는 프로그램을 했기 때문에… (웃음) '싱어게인' 시작이 이 말 한마디였다. "슈가맨분들 데리고 오디션 한번 하면 어떨까?" '슈가맨'에 모시기는 유명도가 떨어지지만 노래는 굉장히 잘하고 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았다. 이런 분들을 더 출연시킬 프로그램이 없을까 해서 슈가맨이 참여하는 오디션을 떠올렸고 이게 발전되면서 '무명가수전'이 나왔다. '슈가맨'이란 프로그램을 하면서 이런 분들에게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 '싱어게인' 제작진이 생각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기한이 있다면.

채성욱 PD : 기한은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 장르의 오디션이 부각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고 그럼에도 오디션 프로그램은 계속돼 왔다.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는 그걸 통해서 발굴되는 인물들이 중요한 거 같다. 출연자들을 어떻게 부각할 수 있는지. 오디션 끝난 후에 그 가수들이 활약하는 게 중요하다. 톱6도 톱3도 이제부터의 활동이 더 중요하니 그걸 더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다.

윤현준 CP : 오디션이 시들했던 시기가 있고 요즘 오디션이 잘되고 있다. 어느 순간 '오디션 이젠 좀 지겨워, 안 볼래' 하는 시간도 올 거다. 프로그램 제작하는 사람들은 더 좋은 오디션을 들고나와야 한다. 결국 제작진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하늘 아래 새로운 오디션이 뭐가 있겠느냐 하겠지만 '싱어게인도 새로운 요소가 있어서 시청자들이 사랑해주신 거라고 본다. 많은 PD, 작가들이 (이 프로그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왼쪽부터 '싱어게인2' 김소연, 김기태, 윤성. 김기태 1위, 김소연 2위, 윤성이 3위를 차지했다. JTBC 제공
▶ 시즌 2는 꽤 빨리 방송을 확정했던 거로 안다. 시즌 3 계획이 잡혔는지. 하게 된다면 덜어내거나 추가하고 싶은 게 있나.

윤현준 CP : 시즌 2는 이 프로그램에 너무 나가고 싶다는 분들이 많아서 그분들 열망을 무시할 수 없어서 저희도 무리해서 급하게 준비한 측면이 있다. 시즌 3 계획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언젠가는 하게 도겠지만 바로 '유명가수전'이 시작되기 때문에 그 후에 계획을 세워 추진할 생각이다.  

(이번 시즌 하면서) 이건 확 바꿔야겠다 했던 지점은 별로 많지는 않다. 어떻게 하면 이 절실한 사람들의 진정성을 잘 담아낼까. 반짝스타가 아니라 음악을 평생 열심히 하면서 그거로 먹고살 수 있는 사람이 되게끔… 나겸씨가 말한 것처럼 음악을 그만하게 될까 봐 걱정한 분들에게 어떻게 잘해드릴까 싶었다. 어떻게 하면 시청률을 더 나오게 하고 더 많이 보게 할까. 지금 당장 말하긴 어렵겠지만 (시즌 3에 관해서도) 고민 많이 하겠다.

채성욱 PD : 만약 3를 하게 된다면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가수분들, 잘하는데 실력을 알리지 못한 분들을 지원하게 할 수 있을까에 관한 고민이 먼저일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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