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프로그램의 차별화는 어떤 참가자가 나오느냐에 달려 있고, 프로그램의 흥행 여부 역시 참가자들이 좌우한다는 통념을 환기하면 '싱어게인'은 첫 단추부터 상당히 잘 끼운 프로그램이었다. 시즌 1의 톱3 이승윤·정홍일·이무진이 유명 가수를 만난다는 콘셉트의 스핀오프 프로그램 '유명가수전'이 곧바로 이어졌고, 시즌 2 확정 소식도 비교적 일찍 전해진 이유다.
JTBC 리부팅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2' 역시 인기리에 방송됐고, 생방송 최종회에서 시즌 2 자체 최고 시청률(8.659%, 닐슨코리아 기준)을 기록해 유종의 미를 거뒀다. 프로그램을 갓 마친 윤현준 CP와 채성욱 PD의 화상 인터뷰가 지난 3일 오후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 '싱어게인2'를 마무리한 소감이 궁금하다.
윤현준 CP : 일단은 감사한 마음이다. 어려움이 굉장히 많았다. 내부적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사람으로서의 어려움이 있었고, 저희도 코로나로부터 피해갈 수 없는 일이 발생해서 이 시즌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에 대해 나름대로 걱정도 많았다. 마지막 파이널까지 마치게 돼서 감사하고 시원섭섭한데, 많이 관심 가져주시고 도와주셔서 시즌을 잘 마치지 않았나 감사한 마음도 들고 기쁘다. 그런 측면에서 좀 더 소회가 남다른 시즌이 아닌가 싶다.
채성욱 PD : 시즌 1이 워낙 잘돼서 부담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걱정했던 것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내부적으로 코로나 이슈도 있었고 준비한 게 순탄치만은 않은 적도 있었는데 큰 사고 없이 끝내게 돼서 다행이다.. 진심으로 프로그램에 임해주셔서 프로그램을 잘 마쳤다.
윤현준 CP : 시즌 2할 때 수월하다는 생각은 안 들더라. 구성 같은 게 정해져 있긴 하지만, 더군다나 시즌 1이 잘됐을 경우에는 부담감이 굉장히 크다. 사실 잘됐다는 게 독이 될 수도 있어서… 기대 충족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고. 시즌 1 하면서 제작진이 선입견이나 유연하지 못한 고집이 생기지 않았나 돌아봤다. 심사위원들에게도 시즌 1은 잊어주시기를 부탁드렸다. 그때 가졌던 생각이나 기시감 때문에 절실함을 갖고 나온 우리 출연진이 선입견이 담긴 판단을 받게 되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초심으로 돌아가자'가 가장 큰 화두였다. 인간이기 때문에 (목표한 바가) 100% 잘됐는지는 모르지만 그런 지점이 가장 고민스럽긴 했다.
채성욱 PD : 시즌 1이 워낙 잘돼서 기조는 최대한 유지하되, 어떻게 하면 무명가수분들이 기술적으로 조금 더 나아진 무대를 펼칠 수 있을까 하는 것을 연출자로서 고민했다. 무대 연출에도 신경 많이 썼던 거 같다, 보이는 거나 들리는 거나.
윤현준 CP : 채 PD가 노력했고 잘해줬다. 배경이나 조명이나 '싱어게인'이 독보적이라는 이야기 듣기도 해서 그런 지점이 굉장히 기쁘다.
채성욱 PD : 후반 믹싱 작업 현장도 피디들이 직접 가서 (결과물을) 최대한으로 뽑아내는 데 집중했다.
▶ '싱어게인'에서 참가자들은 국내 가요만 부르는데 우연인지 원칙인지 궁금하다. 원칙이라면 그 배경도 듣고 싶다.
윤현준 CP : 판정하는 데 있어서 국내 가요와 팝송은 차이가 있다고 본다. 팝송보다 가요를 부르기가 어렵다는 가수들의 이야기가 있다. 한국어가 노래할 때 발음하기 굉장히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가수들이 우리나라 가요를 진짜 잘 부를 때 노래 잘하는 가수다 하는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 팝송과 가요를 (오디션 내에서) 혼용했을 때 그런 판단의 잣대가 모호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또 시청자분들에게도 가요가 훨씬 익숙한 것도 고려했다.
채성욱 PD : 1:1 대결이라는 게 어떤 대결인지 모르겠는데, 심사위원들이 대진을 짜는 부분이 있다. 장르 유사성도 보고, 같이 있을 때 시너지가 나오는 걸 보기도 한다. (1:1 대결 외에도) 팀전이 먼저 있기도 하다. 둘이나 셋의 시너지가 최대한 발휘될 수 있는 가수들끼리 팀을 짜주기도 하고, 실력 차이가 있어도 어떤 면에서는 그걸 뒤집고 이기기도 한다. 딱 실력을 감안해서 이런(조를 짜는) 건 전혀 아니다. 심사위원분들은 대결의 시너지를 보고 판단해주시는 것 같다
윤현준 CP : 대진운에 따라 센 사람들끼리 붙으면 약해 보이는 사람들 때문에 센 사람이 떨어질 수 있지 않냐, 이런 얘기 같다. 사실 오디션 하면서 부닥치는 딜레마다. 그렇게 따지면 매 라운드 점수로 해야 한다. 그러면 불만 없겠죠. 어쨌든 오디션이 흥행해야 나오는 사람들도 잘되는 건데 매 라운드를 점수로 하기보다는, 어게인 숫자도 넣고 1:1 대결도 하고 다양하게 구성함으로써 좀 더 흥미롭게 볼 수 있게 여러 가지 보완 장치를 두고 있다. 대진운을 감안해서 추가 합격도 하고 패자부활전도 하고, 슈퍼어게인까지 세 가지 장치가 있어서 불공정하다고 하는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고 본다.
▶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 가운데 '싱어게인'만의 차별화된 점이 있다면.
윤현준 CP : 시즌 1의 톱3, 그 친구들이 (시청자) 머릿속에 남아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더 다르고 다양한 사람들이 빛 볼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었다. 오디션 하면서 항상 느낀 고민인데, 가장 고민되는 건 이 사람들을 '어떻게 뽑을까'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시니어, 주니어 여덟 분이 심사해서 뽑는 방식인데 이게 사실 완벽하진 않다. 거기에 시청자 투표를 섞는다고 해서 완벽해지지는 않는다고 본다. 시청자 투표를 많이 하면 할수록 약간 인기투표가 되는 게 있어서, 다양한 노력하시는 분들이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질 수 있다는 고민이 들었다.
여덟 분이 계속 (다음 단계 진출자를) 뽑다 보니까 시청자들 성향, 판단과 배치되는 게 아니냐 하는 말도 있었던 것 같은데,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거기다 시청자 투표를 넣는다고 해서 진짜 바람직한 방향인가 하는 거다. 초반부터 시청자 투표를 굉장히 많이 가져가는 프로그램도 있는데, 과연 다양한 장르에서 다양하게 노력하는 사람을 뽑아낼 수 있는가 하는 지점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역시나 이번 시즌도 파이널은 시청자에게 맡기자 해서 50% 시청자 투표 가져가는 방식을 그대로 취했다. (그게) 차별화가 부족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싱어게인'은 이런 프로그램이다 하고 초심을 지키는 것도 되어서, 저희는 아쉽다기보다는 시즌 3를 만들게 된다면 어떤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 고민할 것 같다.
채성욱 PD : 모든 오디션의 차별화 포인트는 지원자들이라고 생각한다. 시즌 1과 비교한다면 새로운 인물이 없다는 평가도 있는데, 시즌 1보다 특출한 지원자가 없는 건 (실력이) 그만큼 여러 사람으로 분산됐다고 생각한다. 누가 우승할지 모르겠고, 각자 팬덤이 생기고… 톱6도, 톱10도 그랬다.
시즌 1에서는 톱3가 소위 말해서 '하드캐리'했다. 리뷰를 하자면 어느 지점부터는 '이 사람들이 톱3가 될 거야' 하는 게 정해져 있었고, 그런 측면에서 화제성도 높았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시즌은 누가 되게 뛰어나게 하드캐리하지는 않았지만, 제작진도 톱3 예상할 수 없을 정도의 그런 반전과 드라마가 쓰였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바람직하고 좋은 측면도 있고 조금 아쉬운 측면도 공존하는 것 같다.
▶ 시즌 2에서 예상 밖에 활약을 보여준 참가자가 있었나.
채성욱 PD : 개성 가진 출연자가 많았는데 배인혁씨! 언더나 록신에서 유명한 네임드 로커이기도 한데 과연 경연 나와서 노래 부를 때 매력을 소구할 수 있을까 걱정도 기대도 됐다. 라운드 거듭할수록 그전에 못 봤던 새로운 모습을 록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보여주셔서, 심사위원분들도 어게인을 눌렀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톱10까지 갈 줄은 몰랐는데 가시는 걸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윤현준 CP : 시즌 1은 예심 보면서 (누가) 어느 정도 이상 가겠다 하고 생각했고, (그게) 일정 부분 맞아들어간 게 있었다. 예심 보면서 전혀 예상 못 했던 분들이 톱10이나 톱6에 들어간 경우가 많았다. 드라마 썼다고 (평가)하는 김소연씨도 제작진 입장에서는 이렇게까지 올라가리라는 생각은 못 했다. 추가 합격으로 계속 올라가고 패자부활전 거치면서 드라마를 보여주셨다. 저희가 만들면서도 그런 게 '싱어게인'의 재미라고 생각했다. 윤성씨도 파이널에서 톱6 중에 가장 밑(하위 순위)에 계시다가 톱3까지 올라온 분이었다. 다른 것보다도, 각광받지 못하고 20년 동안 음지에서 음악 하셨던 분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게 굉장히 좋았던 기억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