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발레리 수슈케비치 선수단장은 중국 베이징에 입성해 "우리가 패럴림픽을 위해 이 곳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은 기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의 대회 참가는 우크라이나가 살아있다는 상징과도 같다"고 말했다.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 휠체어를 탄 바이애슬론 선수 막심 야로비가 우크라이나 국기를 높게 들고 등장하자 비교적 조용하던 경기장에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앤드루 파슨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위원장은 단상 위에 올라 "21세기는 전쟁과 증오가 아닌 대화와 외교의 시대"라며 평화를 외쳤고 또 올림픽 휴전 결의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4일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된 2022 베이징 동계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개막식은 이전 대회와 비교해 조금은 다르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동계올림픽 폐막 이후, 동계패럴림픽 개막 이전 시기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는 전쟁을 하지 말자고 유엔(UN)에서 채택한 결의안은 산산조각 났다.
개막 직전까지도 우크라이나의 대회 참가 여부는 불투명했다. 전 세계 스포츠계가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대한 출전 금지 제재를 내리고 있었지만 IPC는 그들의 중립국 자격 참가를 허용하겠다는 애매한 입장을 내놓았다.
IPC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우크라이나 언론 키이우 포스트의 한 기자는 IPC가 주최한 공식 기자회견장에 참석해 사진 한 장을 들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바이애슬론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으로 우크라이나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가 19세의 어린 나이에 하르키우 전투에서 전사한 예브헨 말리셰프의 사진이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바이애슬론 선수 예브헨은 폭격 때문에 사망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대회에 출전할 수 없는데 침략국인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의 출전을 허락한 것에 대해 그의 가족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결국 IPC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수용해 패럴림픽 개막을 하루 앞두고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단의 대회 참가를 막기로 했다. 베이징 내 모든 경기장에서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국기는 철거됐다.
우크라이나는 우여곡절 끝에 베이징에 도착했다. 총 20명의 선수와 9명의 가이드가 이번 대회에 참가한다.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퇴출당하고 우크라이나가 합류하면서 이번 대회에는 총 46개의 나라가 참가하게 됐다.
한국 선수단은 개막식에서 46개국 가운데 35번째로 입장했다. 혼성 휠체어 컬링 대표팀의 리드 백혜진이 기수를 맡았다. 한국 동계패럴림픽 참가 사상 여성 선수가 단독으로 기수를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6개 종목 선수 32명과 임원 50명 등 총 82명의 선수단을 파견했다.
이번 대회는 각국 선수단이 펼치는 선의의 경쟁뿐만 아니라 어느 때보다 인류애가 중요하게 여겨질 전망이다.
수슈케비치 우크라이나 선수단장은 "(대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조차 우리에게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국제 사회가 동계패럴림픽 기간에 전쟁을 멈추는 한 걸음을 내딛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