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넘게 지속된 코로나 유행 상황 중 최악에 치달은 현시점에 정부의 잇따른 완화 결정을 두고 전문가들은 의료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유행의 정점은커녕 예정된 거리두기 조치가 끝나기도 전에 또다시 방역을 완화한 것은 "정치적인 결정에 불과하다"는 고강도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방역당국 "확진자 10% 증가 위중증 큰 변화 없어"
정부는 기존 거리두기가 종료 예정일(13일)보다 8일 앞 당긴 5일 영업 제한시간을 1시간 완화(밤 10에서 11시로 조정)한 배경을 민생 경제의 어려움으로 들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11주 동안 고강도 거리두기가 이어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도 한계에 달한 점을 외면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현 시점에 이 정도 완화는 현 의료체계로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는 판단이 이러한 결정의 배경이 됐다. 질병관리청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진은 공동 분석 결과에 따라 1시간 완화 시 유행 규모는 기본보다 10% 내외로 늘고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는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질병청과 KIST 분석 자료에 지난 1일 시행된 방역패스 해제와 확진자 동거인의 자가격리 의무 해제 등 최근 완화 조치는 반영이 안 돼 실제 위험보다 과소 평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영업시간을 12시로 연장했을 때를 기준으로 어림 잡아 11시 연장 상황을 해석한 수치기도 해 10% 늘 것이라는 수치도 정확도를 담보하기는 어렵다.
전문가 "확진자 늘면 중환자는 따라 늘어…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야"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해진 기간에 확진자가 예정보다 더 많이 나오면 중환자는 더 늘게 된다"며 "예를 들어 기존대로면 두 달에 걸쳐 만명의 환자가 생길 것이 한 달에 걸쳐 생긴다고 한다면 살릴 사람도 못 살리는 그런 최악의 어려운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행 규모가 워낙 커 델타 유행과 달리 거리두기 효과성이 낮아진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도 정부는 설명한다. 하지만 이제 거리두기만이 유행을 억제할 사실상 유일한 방역수단임을 고려하면 완화 결정에 보다 신중을 기울였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지난달 28일 미접종자 보호 수단이었던 방역패스가 임시 중단되며 사실상 해제됐고 이달 1일부로 확진자를 제외한 밀접접촉자에 대한 의무 격리도 없어졌다. 현재 격리 대상은 확진자 이외에는 감염시설 내 밀접접촉자와 해외 입국자 뿐이다.
정부 "병상가동률 절반 안팎 수준"…의료계 "병상 아닌 의료인력 부족"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교수는 "지금 의료진은 확진 시 7일 격리하다가 백신을 맞고 무증상이면 5일로 단축해 마스크를 쓰고 나오고 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라며 "직원, 입원환자 중 감염이 이곳저곳 나오고 그 구멍을 간신히 메꾸는 상황이다. 이미 만신창이 몸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특히 백신 접종을 하지 못하거나 접종 비중이 적어 감염 위험이 높은 영유아와 소아, 산모 등의 경우 이러한 의료인력 부족에 따른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경기 성남의 확진 임신부를 인근 병원에서 병상이 있어도 인력이 없어 수용하지 못해 300여㎞떨어진 경남 진주의 대학병원으로 헬기 이송된 사례도 있었다.
정점 전 '방역패스·격리·거리두기' 풀어…"의료 아닌 정치적 결정"
정부가 일상회복의 기준점으로 삼았던 유행의 정점도 전에 하나 둘 방역수단을 내려놓으며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방역지표가 개선되기는 커녕 점점 악화되는 가운데 당초 예상된 거리두기 발표 시점보다 1주일 앞당겨 일부 완화한 것을 두고 "비의료적인 결정"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