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적인 제국주의 역사가 불러일으킨 비극은 단순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제국주의는 모습을 바꾸면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달라진 모습을 한 폭력의 역사를 직면하고, 이를 경계해야 한다. '나이트 레이더스'는 이를 위해 나온 영화다.
서기 2043년, 새로운 전쟁을 일으켜 대제국을 세우려는 국가 에머슨은 인간병기를 양성하기 위해 모든 아이들을 납치한다. 외딴 숲에서 칩거하던 니스카(엘레 마이아 테일페데스)도 결국 사랑하는 딸 와시즈(브룩클린 르텍시에 하트)를 빼앗긴다.
10개월 후, 예기치 못한 비밀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희망을 잃은 채 살아가던 니스카는 딸을 되찾고자 국가의 중심부를 습격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니스카는 희망 없는 세상, 단 한번의 구원을 위해 나선다.
'나이트 레이더스'는 제국주의 역사를 바탕으로 하면서 이로 인해 나타나는 다양한 비극을 SF로 은유하고 경고한다. 기본적으로 감독은 제국주의 역사 속 토착민 비극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를 중심에 두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제국주의로 인해 벌어진 다양한 참상이 '나이트 레이더스' 속 세계관을 구성한다.
먼저 국가는 미성년인 아이들을 부모로부터 강제로 빼앗은 후 인간병기로 기르기 위해 세뇌와 훈련을 반복한다. 아이가 희망이 아닌 국가의 자산처럼 이용되는 것이다. 주인공 와시즈 역시 부상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에머슨에 끌려간 후 처음에는 국가의 세뇌를 거부하고자 한다. 아마 다른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였을 테지만, 국가는 어린 아이들을 폭력적인 방식으로 다루고, 사실상 생존을 위해 국가의 이념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아이가 희망이 아닌 수단으로 전락한 국가의 현재와 미래에 남겨지는 것은 결국 비극이다. 국가의 명령에 따라 사람들을 사살하는 병기가 된 아이들은 결국 자신의 부모마저 죽음으로 내몰게 된다. 제국주의와 전쟁이 어떻게 사람을 극단으로 내몰며 인간의 존엄과 생명을 빼앗는지 아이들을 통해 보여주는 모습은 잔혹함 그 자체다.
현실에도 이러한 유무형의 장벽이 존재하고, 장벽은 사람들을 좌와 우 혹은 위와 아래로 가르는 차별의 시작점이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소수에게 주어진 자본이라는 계급과 이로 인한 빈부격차를 영화는 장벽을 통해 드러낸다. 정부는 장벽을 통해 지켜야 할 시민과 그럴 필요가 없는 시민들을 구별했지만, 장벽 밖 시민들에게 유일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는 정부다.
지금도 사각지대에 놓인 채, 정부가 만든 보이지 않는 장벽 밖에 놓여 최소한의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시민들, 혹은 법의 테두리 밖에서 보장받아야 할 권리조차 박탈당하는 사람들이 숱하다는 것은 영화가 은유하는 세상이 결코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그리고 제국주의 역사에서 빼놓고 말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원주민들의 비극이다. 영화 속 에머슨 역시 각종 무기로 무장한 채 원주민 크리족의 삶과 숲을 파괴하기 위해 나선다. 에머슨은 자신들의 시민과 병기로 길러질 아이들에게 같은 나라, 같은 언어, 같은 국기를 외치게 함으로써 다양성을 말살시키고자 한다.
과거 반복된 역사를 은유하는 거대한 디스토피아 세계관 속 이야기를 통해 감독이 말하고자 한 것은 현재에 던지는 질문이자 경고다. 과거의 비극을 스크린에 끌고 들어와 우리가 어떤 것들을 외면하고 놓치고 있었는지, 그리고 현재에도 유사하게 반복되는 이 비극을 우리는 두고만 볼 것인지 경고한다. 동시에 폭력과 차별, 혐오를 직면함으로써 이미 늦었을 수도 있지만, 더 이상 늦지 않도록 바라는 메시지를 영화에 담았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건 이 저항의 중심에 '여성'이 있다는 것이다. 아이를 구하려는 어머니 니스카, 그런 어머니가 만난 모계 중심 공동체 크리족, 그리고 인류를 구원할 희망인 소녀, 즉 여성 구원자 등 능동적인 여성들을 중심으로 권력에 저항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묵직한 메시지를 그려낸 방대한 세계관을 클리셰로 풀어냈다는 점, 그리고 장르적인 재미가 부족하다는 점은 이 영화의 약점이다. 이는 영화가 가진 세계관이나 주제를 관객들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하지 못하게 만든다. 과거를 은유한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통해 현실에 이야기를 던진다는 점에서 SF로서 기능하지만, 작품의 한계 역시 뚜렷하다는 점은 아쉽게 다가온다.
101분 상영, 3월 3일 개봉, 15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