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4일, 사전투표소엔 이른 아침부터 투표에 나선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오미크론 변이 폭증 속에 각 투표소마다 방역 관리에 주의를 기울이는 모습이 보였다. 시민들은 1m 거리를 두고 줄을 섰고, 관계자가 투표소 입구에서 체온을 잰 뒤 비닐장갑을 나눠줬다.
서울 마포구 대흥동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서 만난 직장인 박찬유(54)씨는 "여유롭게 투표하기 위해 출근 전 투표소를 찾았다"며 "이번 대선은 서로 이념 갈등이 보기 안 좋았다. 솔직히 마땅한 인물은 없는 것 같지만 나라의 발전을 위해 투표를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대문구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김모(21)씨는 "어떤 후보를 뽑아도 저한테 100% 이득이라고 생각되는 후보가 없어 소속된 집단에 유리한 후보를 뽑았다"며 "사실 대통령이 뜻이 있어도 이루기 힘든 것 같다. 약자가 살만한 세상을 원하고, 사회 분위기가 부드럽게 풀려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온 가족이 함께 사전투표에 나선 이들도 있었다. 남편, 두 딸과 함께 서울 서대문구 신촌파랑고래 투표소를 찾은 연모(59)씨는 "생각이 많아져 빨리 결정을 해버리자는 마음으로 왔다"며 "혼란스러웠지만 처음부터 마음에 뒀던 후보를 선택했다"고 웃었다.
이어 "새 대통령이 개인적인 욕망을 채우는 것이 아닌 순수한 마음으로 나라에 헌신을 다할 수 있는 그런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국민 편", "부동산 문제 해결", "갈등 봉합" 사전투표에 담긴 바람들
'어떤 대통령을 원하느냐'는 질문에 시민들은 저마다의 답을 내놨다. 아침 운동을 하기 전 대흥동 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 들렀다는 김모(70)씨는 "국민을 위하는, 국민 편에 서는 대통령이 탄생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60대 권모씨는 "우리나라를 잘 이끌어 갈 수 있는 후보를 판단해 뽑아야 한다. 힘든 사람들이 살기 편한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며 "지금 집값이 많이 올라서 청년들이 엄청 힘들다. 월급쟁이를 오랫동안 해도 집 장만하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 영향을 주는 분을 원한다"고 답했다.
은평구 주민 김모(49)씨는 "부동산 문제가 잘 해결됐으면 한다"며 "코로나도 여전히 불안하다. 빨리 안정화돼 마스크 벗으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년들도 사전투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른 아침 구산동주민센터 투표소를 찾은 김모(26)씨는 "요즘 시대를 '갈등의 시대'라고 하지 않나. 어느 한쪽 편만 드는 것보다는 좀 더 통합할 수 있고 조금 더 아우를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남녀갈등을 봉합해 줬으면 좋겠고 통찰력 있는 경제 정책을 펼치길 바란다. 20대들이 살만한 세상, 재미가 있을 세상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며 "이번 선거가 유독 네거티브가 심했던 것 같다. 토론회와 공약을 살펴보면서 진심인 사람을 뽑았다"고 덧붙였다.
취업준비생인 강모(22)씨는 "누구를 찍을지 내정을 하고 있어서 쉽게 찍었던 것 같다"며 "양당 체제이다 보니 두 후보한테 관심이 많이 쏠리지 않나. (선거 과정에서) 후보들이 앞으로의 계획에 치중하기보단 후보 간의 비판이 많이 보여서 그런 점들은 좋게 보이지 않았다"고 씁쓸해했다.
또 "청년 일자리가 좀 많아졌으면 좋겠고 다음 대통령은 장애인이나 미혼모, 복지시설에 있다가 자립하는 소수자에게 더 많은 시선을 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한편 사전투표는 이날부터 이틀간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 3552개 투표소에서 이뤄진다. 이 기간 만 18세 이상 유권자는 별도 신고 없이 가까운 사전투표소 어디서나 투표가 가능하다.